이러 저런 아야기 “돼지꿈 꾸세요” 까망잉크 2019. 2. 4. 17:55 로그인 회원가입 로그아웃 정보수정 회원탈퇴 일반 청와대 국회ㆍ정당 선거ㆍ선관위 외교ㆍ안보 국방 북한ㆍ통일 일반 금융ㆍ증권 보험 부동산ㆍ건설 ITㆍ과학 산업ㆍ기업 자동차 쇼핑ㆍ유통 취업ㆍ창업 재테크 일반 검찰ㆍ법원 노동ㆍ복지 환경ㆍ날씨 교통ㆍ항공 교육ㆍ학교 사건사고 일반 미국ㆍ캐나다 중국 일본 아시아ㆍ태평양 유럽 중동ㆍ아프리카 러시아 중남미 국제경제 국제기구 일반 미디어 종교ㆍ학술 음악ㆍ공연 미술ㆍ전시 건강ㆍ의료 관광ㆍ레저 문학ㆍ출판 음식 패션ㆍ뷰티 결혼ㆍ육아 일반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 사설 오늘의칼럼 기자ㆍ데스크 논설위원칼럼 전문가칼럼 외부칼럼 기고ㆍ독자 월드 연예가소식 TVㆍ방송 영화 대중음악 해외연예 일반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일반 동정ㆍ인사 부음 인터뷰 핫갤러리 연예 스포츠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 렌즈로보는세상 포토에세이 탐사 기획 이슈 ONLY 세계 기해년 첫날 “돼지꿈 꾸세요” [설 특집] 예로부터 한민족에게 돼지는 신성한 동물 / 개보다 먼저 인간과 생활… 친근하기론 둘째가라면 서운 / 2016년부터 쌀 제치고 삼겹살 최애 음식으로 등극 / 올 한해 화나고 힘들어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웃으면돼지 입력 : 2019-02-04 15:25:45 수정 : 2019-02-04 15:25:45 ‘황금 돼지의 해’로 알려진 기해년(己亥年)이 5일 시작된다. 12지신 중 마지막 순위인 돼지는 친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동물이다. 개보다도 먼저 인간과 함께 산 동물로 추정된다. 그래서 집안을 뜻하는 한자 ‘家(가)’를 풀면 지붕(?) 밑에 돼지(豕)가 함께 사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 지능도 IQ 75~85 정도로 IQ 60 수준으로 평가되는 개보다 높다. 반려견보다 훌륭한 가축으로서 집에서 함께 산 인간의 오랜 친구였던 셈이다.집에서 키우는 돼지보다 산·멧돼지가 더 흔했을 옛날 기록을 보면 우리 민족에게 돼지는 신에게 바쳐지는 신성한 동물이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는 달아난 돼지를 뒤쫓은 기록이 두어 차례 등장한다.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희생양으로 쓸 돼지가 달아나자 이를 잡으려다 돼지를 다치게 한 이를 처형했다거나, 달아나는 돼지를 뒤쫓다 좋은 자리를 발견해 수도를 옮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 고구려에선 삼월 삼일에 낙랑 구릉에 모여 사냥하고 돼지와 사슴을 잡아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올렸다. 고사상에 돼지머리가 등장한 건 삼국시대 이전부터인 셈이다. 지난해 민족 문화 속 돼지를 조명하는 기획전 ‘행복한 돼지’를 열었던 국립민속박물관 하도겸 학예연구사는 “돼지는 개보다 친근한 가축이면서 옛날 사람에겐 큰 위협이었던 뱀을 그냥 먹어서 물리치는 집안의 보호자이기도 했다”며 “현대에는 식용돼지로서 먹거리만을 제공하는 존재로 전락했지만 민족의 첫 동반자이자 보호자, 반려자였다”고 한민족과 돼지의 관계를 설명했다.한반도에서 돼지의 역사는 이처럼 길지만 순수 토종 돼지는 조선시대 말엽까지 명맥을 이어오다 이후 외래종이 도입되면서 점차 사라졌다는 게 정설이다. 흑색으로 몸이 작고 주둥이가 길며 강건한 체질이어서 주로 산간지방에서 사육됐다고 한다.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이다. 밤마다 삼겹살을 구우며 술잔을 주고받는 풍경은 근현대 한국 산업화 현장 소통의 장이자 종교의식이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는 생산액 기준으로는 2016년부터는 쌀을 제친 우리 민족의 주식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돼지 사랑은 삼겹살에 집중됐는데 농촌진흥청이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 7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돼지고기 소비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삼겹살’(61.3%)과 ‘목살’(32.8%)이었다.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부위로 살과 비계가 세 겹으로 겹쳐 보여 작명된 삼겹살이 언제부터 국민 입맛을 사로잡은지는 불명확하다.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일제 치하인 1934년 11월 3일자 기사에 ‘고기 살 때 주의점’이란 제목하에 “도야지 고기 맛으로 말하면 뒤넙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이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삼겹살’이 처음 쓰인 건 1959년 1월 20일자 돼지요리 기사에서다.삼겹살은 이처럼 근대에 와서야 거세 등을 통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앤 비육용 돼지가 등장했기에 보편화했다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지금도 북한에선 양돈기술 부족으로 돼지고기를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든 싸구려 고기로 여긴다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돼지고기를 주민들이 모여 즐기고 있다.삼겹살이 대중화된 계기를 놓고 일부에선 1980년대 강원도 탄광촌 광부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의 먼지가 씻겨나간다’며 먹은 게 널리 퍼졌다고 주장한다. 또 1960년대에 소주 가격 하락을 계기로 이에 걸맞은 안주가 필요해서 값싼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었다는 ‘소주 가격 하락설’ 등도 있다. 그러나 식육마케터 김태경 박사는 1977년 육류 파동으로 소고기값이 두 배로 뛰어오른 게 삼겹살이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 계기인 걸로 분석한다.삼겹살은 워낙 인기 좋은 메뉴이다 보니 이라크에 파병나간 젊은 자이툰 부대원들도 가장 먹고 싶어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라크 모슬렘 현지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배식에서 제외하다 2년 동안 현지 주민을 이해시킨 후에야 비로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김 박사는 “삼겹살은 우리 사회 현대화의 상징적 음식”이라며 “전통사회가 현대화되는 산업사회 혼돈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며 근·현대 억압받고 분단되고 싸웠던 우리 민족에게 힘이자 위로였고 현대화의 에너지가 된 음식이었다”고 평가했다.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저작자표시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