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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100년 내내 봄 이거라

by 까망잉크 2008. 4. 27.
 

 

하루에 삼천 번을 만난대도

 어찌 반갑지 않으랴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참으로 눈부셔라

 

 봄 다음에도

 봄만 오게 하는 아이야

 잎이 피고 자라고

 꽃이 피어 만개해

 

 앞으로 오는

 100년 내내 봄이거라

 

 - 김초혜, '손자를 위하여'

 

세상의 어떤 사랑이 이보다 순정할까요. 손자의 앞날이 눈부신 봄이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소망에도 환한 빛이 내립니다.

 김초혜(1943∼)시인이 새로 펴낸 시집 '사람이 그리워서'(시학 발행)는 생애의 가을에서 만난 묵상의 언어를 담고 있습니다. 번지르르한 물신의 외양만을 좇는 시대에 대한 풍자는 은근하고, 이런 시대에 과연 삶은 무엇이어야 하는 가에 대한 성찰은 고요합니다. 한껏 절제된 언어와 여백의 풍경을 통해 시인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외경입니다. 그 외경 때문에 시인은 스스로 '제 2의 자연'이라고 칭한 시를 이렇게 만들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의 빛을 퍼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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