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507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이 가을에는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이 가을에는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고통과 번민속에 지내지 않도록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이 가을에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이 가을에는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서로의 눈 빛만으로도간절한 사랑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며부족함조차도 메꾸어줄 수 있는겸손하고도말없는 사랑을 .. 2024. 10. 24. 천년사랑 천년사랑 사랑이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홉을 주고도 미처 주지 못한 하나를 안타까워하는 것이라지요오늘은 박종화님의 천년사랑이란 제목의 좋은 시를 소개합니다.천년에 한 알씩모래를 나르는황새가 있었단다그 모래가 쌓여 산이 될 때까지너를 사랑하고 싶다천년에 한번 피는 꽃이 있었는데그 꽃의 꽃잎이 쌓이고 쌓여하늘에 닿을 때까지너를 사랑하고 싶다학은 천 마리를 접어야행복을 가져다주지만나에겐 너만 있으면행복하다하늘에게 소중한 건 별이고땅에 소중한 건 꽃이고나에게 소중한 건바로 너란다매가 한강에 백원을 빠뜨렸을 때그것 찾을 때까지 우리 사랑하자예전에 모르던 사랑지금은 편안한 사랑나중에 편안할 사랑바로 너란다장미꽃은 사랑안개꽃은 죽음을 뜻하는데난 너에게안개꽃의 장미를 꽂아 주고 싶다왜냐하면?난.. 2024. 10. 23.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당신과의 만남을 잊지않고 기억해 줄테니까요.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당신을 떠나 보내는 일은 없을테니까요.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그래야 행여나 무언가를 잃어 버릴때가 오더라도잃어버린다는 아픔을 알고더 이상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2024. 9. 11. 하여간, 어디에선가 입력 : 2024.09.01 20:20 수정 : 2024.09.01 20:26이설야 시인안녕,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듯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 박승민(1964~)“안녕,”이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지구인”.. 2024. 9. 5. 어떤 기다림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떤 기다림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입력2023.06.21. 오전 5:06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햇볕 달구어진 너른 해변. 하얀 열기. 초록 강. 다리, 8월 내내 꼬박꼬박 졸고 있는 여름잠 자는 집에서 그을린 노란 야자나무들. 내가 붙잡았던 날들, 내가 잃어버린 날들, 딸들처럼, 웃자란 날들, 내가 안고 있는 팔들. ―데릭 월컷, ‘토바고에서의 한여름 어린 날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먼 나라의 수도를 찾는 놀이를 하곤 했다. 가보지 못한 나라를 상상하며 종이 위의 어떤 낯선 이름을 말하면 이름을 달싹이는 행위가 그 먼 나라를 가까운 경험으로 당기는 듯 괜히 신났다. 지금은 종이 지도 대신 구글 맵으로 세세한 거리 풍경까지 볼 수 .. 2023. 6. 23. [시로 여는 수요일] 부재에 대하여 [시로 여는 수요일] 부재에 대하여 입력2023.06.20. 오후 2:06 이재무 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 새벽 일찍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 동태 꺼내 국 끓이다 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 가정의 우환과 상관없는 왕성한 식욕 위해 나의 노고는 한동안 계속되리라 아내에게 전화가 오면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을 하리라 갓 데쳐낸 근대같이 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글쎄,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이 나온다지만 생각보다 혀는 보수적이다. 맛난 것 먹을 땐 잘도 늘어나지만, 어려운 말 할 땐 돌처럼 굳는다. 데친 근대 대신.. 2023. 6. 20. 이전 1 2 3 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