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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님의 침묵

by 까망잉크 2008. 9. 2.

 


님의침묵/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의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 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를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이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사고 돕니다.

 

1879년 충남 홍성 출생. 호 만해(萬海)

1905년 강원 백담사에서 승려가 됨,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 출간해 불교의 개혁과 현실참여 주장,

1919년 3ㆍ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에 참가했다가 복역,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출간,

1935년부터 장편소설 <흑풍> <후회> <박명> <삼국지> 등 신문 연재,

1944년 서울 성북동 심우장에서 중풍으로 입적.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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