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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11월

by 까망잉크 2011. 11. 1.

 

[시가 있는 아침] 11월

 

 

 

 소나무 Pinus densiflora

 

11월

/김남극(1968~)


거친 사포 같은 가을이 와서

슥슥 내 감각을 갈아놓고 갔다

사포의 표면이 억센 만큼

갈린 면에 보풀이 일었다

그 보풀이 가랭이를 서늘하게 만드는 바람에

스닥일 때마다

몸속에서 쇳소리가 났다

내가 서걱거리면

몸속에 든 쇠종이 윙윙거렸다

몸이 통째로 울림통이 되고

사지를 벗어난 소리가 먼 산 나무를 흔드는

11월

갈린 감각에 날이 서길 기다리며

마을 어귀에 오래 서 있었다


소슬바람, 찬비 따라 가을이 흘러간다. 10월 지나 11월, 달력 한 장 차이로 사람살이의 무게가 사뭇 무거워졌다. 코앞에 겨울이 다가온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환한 햇살, 울긋불긋한 단풍,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오색빛 찬란하던 나무들이 그렇게 잎을 떠나 보낸다. 늘 푸른 소나무에 깃든 시월의 파란 하늘도 저물었다. 가늘어진 햇살 따라 온 감각을 활짝 열어 젖혀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무뎌진 감각에 날이 서길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다. 오래 전 동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대의 찬 손, 따뜻한 가슴이 그리워지는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11월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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