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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83] '人肉 미신'이 낳은 엽기적 범죄

by 까망잉크 2012. 11. 16.

 

[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83] '人肉 미신'이 낳은 엽기적 범죄

  • 김영철 디지털뉴스부 편집위원
  • 입력 : 2012.10.31 22:55

    인육이 영험한 약이라는 미신에 병을 앓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다리살을 베어‘인육회’를 만들어 먹인 일을 전한 기사(1934년 2월 11일자).
    "…우연히 문둥병에 걸니여… 식구는 모다 근심으로 지내여 오는 터인데, 맞참… 안해되는 박희란이 엇던 사람으로브터 문둥병에는 사람의 고기를 먹으면 특효가 잇다는 말을 듯고… 예리한 칼을 가지고… 오른편 볼기작 안족을… 베혀… 그날 저녁 밥상에 놋코…."

    조선일보 1921년 9월 11일자 사회면엔 경북 칠곡에서 '넓적다리 살을 베어 투병 중인 남편에게 먹였다'는 엽기적인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 1934년 2월 11일자에도 충북 보은에서 '인육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미신의 말을 듯고' 병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다리살을 베어 회를 만들어 먹여 '효성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고 전하면서, '통탄할 손 미신이오, 갸륵할 사 그 효성'이라고 탄식했다. 인육(人肉)이 문둥병이나 매독, 간질, 폐병, 정신병 등 난치병에 특효인 영약(靈藥)이라는 미신이 부른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이 같은 미신은 끊임없이 범죄를 만들어 냈다. 인육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무덤이었기 때문에 무덤을 파헤쳐 인육을 훔치는 범죄가 잇달았다. '미신의 괴설(��說), 죽은 사람의 국부가 만병통치가 된다고' 해서 시체를 파내 국부를 베어 내거나(1922년 12월 20일자), 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무덤을 파 뇌장(腦醬·뇌척수)을 추출하고 고환을 잘라 먹이는(1932년 4월 13일자) 일들이 툭하면 벌어졌다.

    나아가 인육을 얻기 위한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문둥병 환자의 무서운 미신으로 인하야 방금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피덩이 아이를…"(1928년 9월 25일자), 문둥병 환자가 '병 나슨 뒤 또 나면 고만이라고' 자식을 잡아 먹으려다 발각되고(1933년 6월 26일자), '소년을 살해한 나병환자'(1934년 5월 27일자), '참극 우(又) 참극, 3세아…'(1934년 9월 5일자) 같은 '전율할' 범죄가 그치질 않았다. 이런 미신 범죄는 대개 지방에서 일어났지만 1933년 경성 한복판에서도 벌어졌다. 5월 16일 아침 죽첨정(충정로) 노변에서 어린이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고, '영아 참두사건' 등으로 불리며 이십여일간 장안을 들끓게 한 이 사건도, 간질을 앓는 아들을 치료할 인육을 얻기 위해 저지른 범죄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오호, 이 미신! 이 무지!여'라고 탄식한(1933년 6월 8일자) '인육영약설' 범죄는 1950년대까지도 이어져 '인육 먹은 부호'(1948년 7월 23일자) '인육으로 술 만들다 덜컥! 문둥병 고치려던 여인들 구속'(1957년 4월 20일자) 같은 기사가 등장했다. 사라진 것으로 보이던 인육영약설 미신은 최근엔 '인육 캡슐'로 부활하는 모양이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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