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역사) 이야기

에밀레종의 비밀―아이를 넣었나

by 까망잉크 2013. 3. 7.

 

 

에밀레종의 비밀―아이를 넣었나

봉덕사의 종이라고도 불리는 에밀레종은 신라가 망한 다음 천덕꾸러기가 됐다. 길가에 방치되었다 20세기 초가 돼서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국내 범종들 가운데 소리가 으뜸이다. 다른 종들과는 달리 아주 멋진 용머리 모양 장식이 갖춰져 있고 운치 있는 소리의 비밀은 바로 그 용두에 있다. 몸체로 퍼지는 소리 진동이 일단 용두에 모였다 아래로 퍼진다. 그런데 정말 종 속에 아이를 넣어 주조했을까?

종신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경건한 자세로 천년의 신비를 풀어내는 순간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스님 한 분이 나타났다.

“아밀리가 에밀레야.”

단 한마디 소리를 들려주고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아밀리는 극락세계를 가리키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다.

… 아밀리… 애밀리… 에밀레.

다시 스님을 불렀다.

“난 에밀레종을 수호하는 석천이라는 승려입니다.”

“종을 만들 때 정말 아이를 집어넣었나요?”

스님은 대답 대신 허리춤에서 뭔가 꺼내 보여준다. 그것은 작은 종이 조각이었다. 잘 펴보니 거기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아미리국위천(阿彌利國爲天:아미리는 하늘이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徘杉�. 벌써 20여년 동안 공을 들였으나 번번이 종이 깨지고 제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만드는 기술이 모자란 탓도 있었으나 그보다 하늘의 도움이 모자랐던 것이다. 종을 만드는 사람들은 사람의 힘만 가지고는 도저히 훌륭한 종을 만들 수 없음을 깨닫고 생명을 집어넣는 희생주술을 치르기로 하였다. 갓난아이를 수소문하여 종에 넣기로 했다. 그러나 봉덕사는 성덕대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었다. 경건하게 울릴 종을 만드는 데 인간의 생명을 희생해야 한다는 근본적 모순을 극복할 만한 명분이 따르지 않았다. 말하자면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전통 고유신앙과 살생하면 안 된다는 불교신앙이 서로 대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동안 그 문제로 시끄러웠다.

“불살생의 법도를 깰 수는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넣었다고 거짓 소문을 냈습니다. 그리고 종의 이름을 아미리종이라고 불렀지요. 사후에 극락세계로 가게 해주는 종이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아이가 희생된 것으로 믿었고 아미리종을 에밀레종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원망하는 아이가 우는 소리처럼 에밀레,에밀레 하는 여운이 들립니다.”

예상한 그대로 최근의 성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에밀레종에는 인체의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