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세뱃돈만 챙기니까 멋이 없지 의미까지 알아야 설날의 완성!
등록일2013.02.05
언제부턴가 설날이 참 멋 없어졌다. 어린이들에게는 ‘세뱃돈 받는 날’, 어른들에게는 ‘연휴’, 미혼남녀들에게는 잔소리 듣는 날. 설날에 이런 정도밖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니 멋이 없지. 설날 풍속과 전통의 유래, 그리고 그 소소한 의미들을 이해하고 즐길 때 비로소 설날이 완성된다고나 할까.
설날 분위기를 한껏 업시키는 설날 세시풍속 이야기, 어여쁜 그림책으로 만나보자.
설빔 빨리 입고 싶어요!
![]() 『설빔: 여자아이 고운 옷』,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배현주, 사계절, 2007)
명절이나 잔치 때에 새 옷으로 차려 입는 일 또는 그 옷을 ‘빔’이라고 하고, 설빔은 설에 입는 새 옷을 말한다. 설날은 새해를 맞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날이니만큼 옷도 가장 깨끗하고 아름답게 차려 입는다. 『설빔』은 설빔 입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과 새해 첫날을 맞는 기쁨은 담은 예쁜 책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어여쁜 설빔을 차근차근 입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던 우리 옷, 한복의 아름다움에 포옥 빠지게 될 것이다. 여보, 우리 설 되기 전에 설빔 하나씩 장만해요.
까치설날은 뭔가요?
![]() 『설날』 (윤극영, 문학동네, 2012)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궁금했다. 대체 까치설날은 뭘까? 설 전날,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을 뜻하는 ‘까치설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설인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의 설을 들어보자. 옛날에는 설 전날을 ‘작은 설’이라는 의미의 ‘아치설’ ‘아찬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아치’는 작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치’가 엉뚱하게 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고, 윤극영 선생의 동요 ‘설날’이 ‘까치설날’의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음, 뭔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아무튼, 논란의 시작이 되었던 동요, 『설날』을 예쁜 그림책으로 만나보자. 그림책을 넘기며 노래도 따라해보고 말이다.
섣달 그믐날 잠이 들어서 눈썹이 하얗게 셌어요
![]() 『우리 우리 설날은』 (임정진, 푸른숲주니어, 2013) 섣달 그믐날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얘기 들어봤는지? 예전에는 섣달 그믐날이면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히고 밤을 새며 새해를 맞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도교의 민속신앙에 따르면 60일 마다 사람 몸에 기생하는 삼시충(三尸蟲)이 사람이 잠든 사이에 몸을 빠져나와 옥황상제에게 지난 60일 동안의 죄(罪)를 고해 바쳐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천명을 누리기 위해서 삼시충이 옥황상제에게 고해바치지 못하게 60일마다 밤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섣달 그믐날 밤을 지새는 것은 이렇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데 잠만 쿨쿨 잘 것이 아니라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설계를 하고, 또 가족들과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맞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역시 밤을 새는 것이 무리인지라 잠들지 않으려고 버티다가도 어느덧 꾸벅꾸벅 졸게 마련이다. 그런 아이들을 놀려주려고 잠든 아아의 눈썹에 하얗게 밀가루 칠을 하는 악질(?) 어른들이 있었다. 뭐 요즘에도 이런 장난이 통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맛있는 떡국 먹자
![]() 『연이네 설맞이』 (우지영, 책읽는곰, 2007) | 『우리 우리 설날은』 (임정진, 푸른숲주니어, 2013)
설날의 대표적인 음식 떡국은 맛도 있고 만들기도 쉽다. 육수나 맑은 장국에 어슷하게 썬 흰떡을 넣고 팔팔 끓이면 끝. 여기에 지단과 산적까지 올리면 퍼펙트하다. 지금은 이렇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가래떡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멥쌀을 쪄내면 남자들이 떡메로 쳐서 친떡을 만든다. 이것을 손으로 길쭉하게 늘려서 식히면 가래떡이 되고, 굳은 가래떡을 어슷하게 썰어 떡국에 들어갈 떡을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라면 방앗간에서 기계로 가래떡을 뽑는 장면만 봐도 ‘우와~ 신기하다!’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갓 뽑아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의 맛이란! 안 먹어본 사람은 절대 모를걸?
설날 밤에 신발을 숨기고 자야 하는 이유는?
![]() 『신발 귀신 앙괭이의 설날』 (김미혜, 비룡소, 2011) | 『야광귀신』 (이춘희, 국시꼬랭이, 2011)
혹시 ‘야광귀’라고 들어는 봤는지. 정월 초하룻날 밤에 나타나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인데, 여러 신발을 신어보고 자기 발에 꼭 맞는 것을 신고 달아난다고 한다. 이렇게 귀신이 신발을 가져간 사람은 일년 동안 불길하다고 해서 설날 밤에는 모두 신발을 감추어 두고 잠을 잤다. 그런데 야광귀 퇴치 방법이 또 귀엽다. 신발을 숨겨두고 대신 벽에다 체를 걸어놓으면 야광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체에 뚫린 구멍을 세다가 새벽닭이 울면 도망간다고 한다.
신발 훔치기에 성공하기 위해 구멍 세기 연습에 돌입하고, ‘체 구멍세기’를 포기하고 똥 묻은 신발을 훔쳐가는 등 귀신치고는 어수룩하고 귀여운 야광귀신(앙괭이)를 구수한 그림체로 만나보자.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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