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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우표 팔아 사는 나라 ‘산마리노’

by 까망잉크 2018. 4. 15.

 

해발 700m의 바위절벽에 위치한 산마리노의 수도 산마리노. 플리커 제공

[한국일보]우표 팔아 사는 나라 ‘산마리노’

이탈리아 반도에 ‘바티칸’ 말고 또 다른 독립국이 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우표 판매수익이 정부 재정의 최대 수입원이라면? 이곳은 1700년 전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석공 마리누스가 세운 나라다.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 ‘산마리노 공화국(이하 산마리노)’이라 부른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에 위치했으며, 국토 면적이 서울(605.21㎢)의 약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산마리노는 1263년에 첫 공화정제를 수립했지만, 그 지위가 때때로 위태로웠다. 몬테펠트로가와 로마 교황의 보호령이 됐다가 1631년에 교황 우르바노 8세에게 독립국 승인을 받았으나, 1815년 빈 회의에서 인정을 받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국이 됐다. 그러나 1800년대 들어 이탈리아 통일전쟁으로 산마리노의 독립국 지위는 또 한 번 흔들렸다. 당시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던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이 이곳으로 숨어들었고, 주변국 중 일부가 산마리노를 비난하며 공격을 가했지만 산마리노 정부가 이들을 격퇴했다. 이를 계기로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통일 후에도 독립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산마리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화국으로,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 때의 집정관 제도를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집정관은 왕을 대신하는 국가지도자로,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같은 존재다. 로마 전통에 따라 6개월 마다 대평의회 의원 중에서 2명을 뽑는다. 이 두 사람이 매년 4월과 10월에 취임해 각각 6개월씩의 임기를 수행한다. 국방은 이탈리아가 맡아주고 있으며, 2006년 자발적으로 조직된 군대가 있긴 하지만, 국가 의전 등으로 역할이 제한돼있다.

산마리노 우표. 플리커 제공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산마리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기준 16억달러에 달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4만9,991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나라 빚도 거의 없고, 실업률도 1%대로 낮은 편이다. 주요 산업은 관광ㆍ서비스업으로, 매년 약 400만명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양을 즐긴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선 우표 판매수익이 정부 재정의 3분의 1에 달하는 큰 수입원이다. 관광홍보용으로 만들기 시작한 우표가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우체국은 매일같이 우표를 사려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 보니 범죄발생률 또한 매우 낮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도소에는 매년 10명 안팎의 수감자가 있으며 현재까지 최다 인원은 2008년 13명이다. 2011년엔 가정폭력으로 들어온 단 한 명의 수감자만 있었다니 교도소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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