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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심재휘(1963~ )
“힘내세요!” 전에는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위로하며 건네던 말이지만 힘내라는 말보다 힘을 달라는 반응 이후엔 꺼리게 됐다. 때로 한마디 말이 많은 위로가 되지만 절박한, 특히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심을 담은 말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 시인은 외출하는 아들에게 무심코 “보람찬 하루”라는 말을 건네곤 후회한다. 하루하루가 “보람차다면” 오히려 힘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한 말도 상처가 된다.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젊음’이라면 더 그러하다. 의미 있는 날도 소중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치열한 경쟁과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멍 때리는’ 것 같은, 맹물 같은 날도 필요하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라면 그 행복의 무게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남들보다 느리게 소박하게 살면 어떤가. “봄볕이 묽도록 맑”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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