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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소리

아내와 나 사이

by 까망잉크 2022. 5. 14.

 

아내와 나 사이

                    시 /이 생 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 ♤ ♤ ♤ ♤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가올 시간이지만
이미 충분히 豫見된 탓에
낯설지 않은 未來를
이렇게 부릅니다.


老後야말로
‘오래된 미래’ 중 하나지요.
‘生老病死’라는
피해갈 수 없는 외길에서
지금의 이 단계를 지나면
다음 코스에서는
뭐가 나올지 우린 다 알지요.


다 알기 때문에 오래되었고,
그럼에도 아직은
오지 않았기에
未來인 거지요.


지난 2019년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主催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시낭송대회’가 열렸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朗誦詩가
바로 이생진 시인의
위 作品입니다.
22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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