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에 남은 도시의 역사
입력 2022.05.21 00:21
업데이트 2022.05.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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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지하는 지상 못지않게 많은 시설물로 복잡하다. 지하도와 지하철은 물론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전력선, 초고속 통신망 등이 도시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 연결되어 있다. 지하 시설의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인 ‘맨홀(manhole)’은 주로 기점과 합류점, 변곡점, 긴 구간의 중간 등에 설치돼 있다. 한의학의 인체 ‘경혈(經穴)’ 같은 지점이다. 서울에만 60만여 개가 있다. 쉽게 파손되지 않는 주철로 만들어 긴 세월 사용하다 보니 맨홀 뚜껑에는 사라지거나 바뀐 정부 부처나 회사의 이름·로고가 표시된 것도 많다. 서울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전기주식회사’ 로고(큰 사진)를 단 것도 있다. 무심코 지나치던 발아래 맨홀 뚜껑이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찬란한 5월의 비행
입력 2022.05.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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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마리의 ‘동양하루살이’ 무리가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월 햇살에 날개를 반짝이며 비행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꽃잎이 바람을 타고 군무를 펼치는 듯하다. 세상의 빛을 만끽하는 듯한 이 하루살이들은 지금 삶의 유일한 이유인 ‘짝짓기 비행’ 중이다. 하루만 살아서 ‘하루살이’인데 입이 퇴화해 먹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유충으로 3년 동안 물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 성충이 되어 날아오른 세상에서 2~3일에 불과한 일생 짝짓기만 하고 생을 마감한다. 주로 4월 말에서 5월 무렵 우화해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을 따 영어 이름은 ‘mayfly’가 됐다. 3억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현재 전 세계에 2500여 종, 우리나라에는 50여 종이 있다. 이강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짧디짧은 일생 중 번식을 위한 짝짓기 순간이 이들에게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귀띔한다.
800살 송광사 쌍향수
입력 2022.03.12 00:20
업데이트 2022.03.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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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용이 나무를 휘감아 도는 듯도 하고, 실타래를 엮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 경이롭다. 바위틈으로 흘러나오는 물소리와 풍경 소리가 끊이지 않는 전남 순천시 송광사 천자암에 있는 쌍향수의 모습이다.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됐으며 수령이 약 800년의 곱향나무로 한국조폐공사가 기념 메달을 제작하기도 했다.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금나라 왕자 담당을 제자로 받아들여 귀국 길에 짚고 왔던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 놓은 것이 쌍향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석양빛을 받은 천자암은 나무 위에 합장하는 스님과 백팔배하는 스님의 모습의 그림자를 드리워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현신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무의 갈색 부분은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인공수피를 입혀 놓은 것이다.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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