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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주말] MZ면 다냐?

by 까망잉크 2022. 6. 12.

[아무튼, 주말] MZ면 다냐?

[아무튼, 줌마]

입력 2022.06.11 03:00
 

어느 날, 한증막에서입니다. 땀 뻘뻘 흘리며 앙상한 다리를 주무르던 할머니 한 분이 혼잣말을 합니다. “살아보니 젊은 애들 말이 다 맞더라구. 예전엔 저렇게 이기적이고 약해빠진 철부지들이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가나 한심하더니, 세상 돌아가는 거 보니 안 그래. 그 쬐끄만 휴대폰으로 옷도 사고, 돈도 부치고, 천리 밖까지 내다보는 것 좀 봐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그저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면 되는 거더라구.”

노인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한증막 안이 잠시 썰렁~. ‘요즘 것들’ 하며 혀 차는 말엔 익숙하지만 칭송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자칫 정치 얘기로 엇나가면 싸움 날 일이라 몇은 “아이쿠, 뜨겁다” 하며 한증막을 빠져나가고, 몇은 벽을 향해 돌아 앉았지요. 하필 미련하게 앉아 있던 제게 할머니, 묻습니다. “아, 안 그래요?”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배시시 웃었던 그날의 풍경이 떠오른 건, MZ세대 때문입니다. 행여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여간 조심스러워야지요. 정치적으로 너무나 올바른 세대여서 “그사이 예뻐졌네” 했다가 “아, 미안미안! 전문 취소” 하기 일쑤고, “휴가 어디로 가? 누구랑?”이라고 물었다가 “참, 이런 말도 실례지?” 하며 수습하기 바쁩니다. 주말에 궁금한 일이 생겨 덜컥 카톡을 보냈다가 삭제하기도 여러 번. 세상 모든 마케팅이 MZ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구세대들은 그들의 축약어와 유행을 쫓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지요. 말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경상도 말로 “주디 한번 똑똑타”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누군가 “요새는 MZ가 상전” “MZ면 다냐?” 하고 씩씩대길래 격하게 맞장구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저희 부서 막내 기자가 보여준 ‘에버랜드 소울리스좌’ 영상을 보고 울컥했지요. 취업이 별따기인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영혼이 털리도록” 일하는 청년들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도 안타까웠습니다. 그들만의 냉소적인 유머, 기성세대가 보지 못하는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위트에 놀라고요. 할머니 말씀대로 “우리 할 일은 잔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창의가 빛을 볼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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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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