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여름이 익어가는 이유
입력2022.07.29. 오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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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알에 우주를 심어 놓았습니다. 세상 이치를 주사기를 이용해 주입해놓은 걸까요? 시인이 직접 알처럼 품었다 낳은 것일까요? 잘생긴 대추들이 여름 한철의 왕성한 기운을 빨아들이고 주렁주렁 익어갑니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한낱 대추에 지나지 않은 이 작은 목숨은 인간이 피하고 싶은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어느 곳은 장마가 지나갔고 어느 곳은 가뭄에 지쳤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폭염 속에 지내야 한다는 사실과 바다나 산으로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마스크를 벗겠다 생각했고 꼭 그러고 싶었습니다. 뙤약볕 아래 마스크 쓰는 일과 화해하길 원했습니다. 다 끝난 것 같은 팬데믹 생활을 다시금 지속해야 합니다. 장석주 시인의 식대로 이 상황을 끌고 가보자면, 태풍과 천둥과 벼락을 인내하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둥글게 환하게 말입니다.
작업실 앞 큰 모과나무에는 연둣빛으로 모과가 익어갑니다. 작년하고는 다르게 열매수가 늘어나서 자칫 대추나무에 매달려 익어가는 자잘한 대추 열매를 올려다보는 듯한 착각도 듭니다. 이 여름날들을 통과하면 옆에만 지나가도 모과향이 진동하겠지요. <대추 한 알> 시에 맞춰 모과 안에 든 파도와 구름과 빗방울들을 떠올리면서 사람들도 지난 팬데믹 시간 동안 잘 익었느냐고 묻는 날이 오겠지요.
마침내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안에 찾아든 새것들을 꺼내 잔치하고 싶습니다.
세상과 통할 수 있다면 바라는 것은 하나, 이 시절을 견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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