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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사진·그림......

나태함 꾸짖는 해인사 풍경 소리

by 까망잉크 2022. 8. 28.

 

나태함 꾸짖는 해인사 풍경 소리

입력 2022.08.08 04:30

 
 
 

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미세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한 마리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청량한 풍경소리에 더위처럼 사소한 불편함에 금방 지치는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해 본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로 향하는 계곡은 폭염으로 달궈진 속세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가졌다.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숲길을 걷노라면 우선 계곡 사이로 부는 골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간질인다. 귓전으로는 여울을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에 속세의 시름은 조금씩 사라진다.

발걸음을 얼마나 내디뎠을까. 사찰 입구에 도착해 주변을 살피는 순간 잠시 잊었던 고온다습한 날씨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조금 전 숲길이 천국이라면 지금은 지옥 불에 마주 선 느낌이랄까. 재차 그늘을 찾아 발길을 재촉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량한 종소리.

 
 

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 풍경의 청량한 종소리가 더위에 지친 중생들을 위로하고 있다.

눈을 돌리니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미세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한 마리 물고기가 보였다. 그 물고기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 전 들었던 청량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절은 왜 풍경을 달고, 하필이면 물고기 모양일까. 누구는 산새들이 절에 부딪힐까봐 소리로 알려주는 것이라 하고, 누구는 잠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날 풍경소리는 자연의 더위에 금방 지쳐 나태해진 나의 게으름을 꾸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해인사 고사목에 피어난 새 생명

입력 2022.08.24 04:30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 해인사를 찾는 사람들은 사찰 입구에서 1,200여 년을 살며 절을 지켜오다 고사목이 된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보기에도 웅장한 이 나무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신라 제40대 애장왕에게는 난치병에 걸린 왕후가 있었는데 스님들의 정성스러운 기도로 완치가 됐다. 하여 왕은 그 불심에 보답하기 위해 해인사를 창건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고사목에는 전설보다 더 감동 있는 ‘생명체’가 있다. 그것은 죽은 나무가 자기 몸속에 품고 있는 ‘어린 나무’다. 절에 들어갈 때는 그늘에 가려 그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오후가 되어 한 줄기 빛이 고사목을 비추자 나무 틈 사이에서 조용히 숨어 있던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라진 고사목이 ‘둥지’가 되어 어린 새싹을 아늑하게 보듬고 있었다. 환한 햇살이 새싹을 비추니 잎들에 반짝반짝 빛이 감돈다.

 
 

천 년을 넘게 절을 지키다 이제는 고사목이 되어 어린 새싹을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부모님이 떠올랐다. 가난한 시절 꿋꿋한 삶을 살았고, 이제는 자식들이 무탈하기만을 바라는 그 마음이 고사목을 닮았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두 손바닥을 합하며 부모님의 건강을 빌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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