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100세 시대 ‘실버퀵 기사’ 하루택배기사 평균 70세… 80대 현역도
24시간 연중무휴… 자유 출퇴근제
세계 각지 노인 일자리 배우러 와
“하루 만 보씩 걸으니 운동 저절로”
일할 능력·의지 있는 노인에 기회
“돈 만원 버는 것보다 성취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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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욱 어르신이 배달할 서류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과 지하철 노선표를 레이어 합성했다. 실버퀵지하철택배배달원들은 전철이 연결된 수도권 대부분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동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택배 산업은 우리 사회에서 떼놓을 수 없는 중요 분야가 됐다. ‘언택트 라이프’는 역설적이게도 결국 다른 누군가로부터 ‘연결’을 도움받아야 하는 삶이었다. 이 업계에서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속도다. 매 순간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 일터에서 자신들만의 보폭으로 ‘사람과 사람’을 착실히 연결해 주고 있는 사람들. 실버퀵 지하철택배 기사들을 만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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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퀵지하철택배 사무실에 장수의 비결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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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퀵지하철택배 사무실에서 대기 중인 어르신들이 지하철노선도를 보며 가야 할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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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근 실버퀵지하철택배 대표가 밀려오는 택배주문 전화를 받고 있다.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을지로4가역 근처의 실버퀵 지하철택배 사무실. 간판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곳 근무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24시간 연중무휴이되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다. 어르신들은 각자 편한 시간에 출근하고 원하는 만큼 근무한 뒤 퇴근한다. 백승욱(85) 어르신은 어느덧 7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일이 힘들지 않은지 여쭙자 되레 “매일 꾸준히 만 보 이상 걸으니 운동도 되고 시간도 잘 간다”며 장점을 줄줄 꿴다. 사무실에서 주문을 받은 백 할아버지는 배송 주소를 꼼꼼히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가는 길을 찾아본 뒤 곧장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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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욱 어르신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최적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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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욱 어르신이 배달을 마치고 딸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강추위가 온다는 소식에 다음날 근무는 쉬길 바라는 딸에게 어르신은 단호하게 ‘일해야지’라고 답했다.
이곳도 코로나19가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은 하루에 한 번 마스크를 꼭 바꿔 쓰고 수시로 손소독제를 이용한다고 했다. 이렇듯 방역에 철저한 이유는 개인 건강만의 이유는 아니다. 한 어르신은 “배달을 하다 보면 있던 사무실이 자꾸 없어지는 게 눈에 띈다”면서 “경제가 자꾸 나빠지면 그만큼 우리 일거리도 줄어들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은퇴 후 김포공항에서 대리주차 일을 했으나 코로나19로 일을 그만두었다”며 “소일거리를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생계를 위해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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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배달주문을 받은 어르신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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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르신 배달원이 중구에서 배달할 서류를 받은 뒤 금천구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도 올 6월이면 20주년. 실버퀵지하철택배 배기근(70) 대표의 감회도 남다르다. 배 대표는 “그동안 보람도 무척 컸고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이제는 더 좋은 단체가 이곳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유럽,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노인 일자리를 배우겠다고 찾아왔더랬어요. 세계 어디나 할 것 없이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다는 거죠. 노인들은 더 일할 의지가 있습니다.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체를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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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무 어르신이 송파구에서 고객으로부터 배달할 서류와 함께 응원의 음료를 전달받고 있다. 이 고객은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실버퀵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잠실새내역에서 명일역까지 서류를 전달하는 임무를 받은 안재무(74) 어르신은 안전하게 배달을 완료하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건 돈 만 원의 문제가 아니야. 내가 해냈다는 그 성취감, 그게 좋은 거야. 당연히 무리할 순 없지. 내가 여기다 목숨을 걸 수야 없잖아?”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 실버퀵지하철택배에 가 보면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고민과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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