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겸허한 계절
입력2022.10.17. 오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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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김현승 作 '가을의 기도' 부분
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다. 가을은 자연이 내려준 축복에 감사하면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다.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동시에 춥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준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우리가 가을에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 앞에서 인간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장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하는 일. 가을에 해야 할 일이다. 가을에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겸손해지는 것이다. 누가 가을 앞에서 욕심을 부리겠는가.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prah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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