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솜틀기 /황순희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2.12.29. 오전 3:04
꾹 눌린 세월이
덜컹대며 돌아간다
시간을 날리면서
낡은 잠을 털어낸다
한 해가 부풀어 오른다
꿈틀대는 기억들
솜틀기는 뭉치고 낡은 솜의 묵은 먼지나 냄새를 없애 결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 꾹 눌린 세월을 솜틀에 넣어 눅눅함을 털어내면 얼마나 개운해지겠는가. 시인의 발상이 신선하고 희망차다. 꾹 눌려도 세월은 돌아간다. 그렇게 3년을 코로나로 눌려 보냈다. 낡은 잠을 털어내듯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솜틀에 날려 보내자. 눌려서 굳어버린 내 표정도 살포시 입꼬리를 들어 올려 미소를 피워보자. 나를 나답지 못하게 가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보자. 묵은 기억 다 털어내고 오늘은 솜틀기한 목화솜 이불 덮은 것처럼 단잠에 빠져들면 좋겠다. 포근한 햇솜처럼 희망에 부푼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 ‘솜틀기’는 시인이 주는 새해 선물이다.
공란영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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