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가지는
김영랑(金永郞) 1903.1.16~195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둑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져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웁니다.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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