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정
갑갑한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쓸쓸한 여자외다
쓸쓸한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불행한 여자외다
불행한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병든 여자외다
병든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버림받은 여자외다
버림받은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의지할데 없는 여자외다
의지할데 없는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쫓겨난 여자외다
쫓겨난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죽은 여자외다
죽은 여자보다 좀더 가엾은 것은
잊혀진 여자외다
병든자 보다 신체 불구자보다도 더 불쌍한 자는
누구에겐가 잊혀지는 사람
미친 사람만이 연주하고
미친 사람만이 들을수 있는
미치광이 곡들은 끝나 버렸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멀쩡히 서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아무런 이유가 없읍니다
무너져 내리는 나를 자제하기엔 지쳐
종시엔 체념해 버려야 했던
암담한 어둠의 뒷편에서
밀려오는 담담한 인식
그것이 유일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는 것입니다
잠깐이나마 불현듯 외로운 것은
슬픈 일 입니다
* * *
나는 내마음 속에서
나와 크나큰 하늘아래 서고 싶다
기도 하고 싶다
-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한 귀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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