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15일
10시6분. 식이 시작됐다. 이경령여사는 딸의 부탁 대로 열심히 TV를 보고 있었다.
대통령이 축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탕, 탕탕, 총소리가 들렸다. 한 발에 이은 두 발의 총성.
연설대에 있던 대통령은 몸을 낮췄다. “잡았나?” “총 쏘지마!” 그는 두 마디를 낮게 외쳤다.
청중 쪽으로 쏴서 사고가 날까 우려한 말이었다.
그때 단상에 앉아있던 영부인의 상반신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그것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저기, 우리 식구한테 가봐.”
그 소리와 동시에 합창단 바로 뒤에 앉아있던 여인 하나가 1m가 넘는 단상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병원, 병원!” 대통령이 소리쳤다.
그녀는 독립투사의 부인인 탁금선씨(올 6월6일 타계)였다.
탁씨는 영부인을 서울대병원까지 안고 갔다. 그녀는 지혈을 하기 위해 자신의 옷고름을 풀고
경호원의 넥타이까지 풀었으나, 피는 멈추지 않았다.
“각하, 가만히 계십시오.” “잡혔나?” “예.” 소란이 가라앉자
대통령은 “연설을 계속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총성으로 중단된 구절 뒷문장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퇴장 때 그는 아내가 앉았던 자리를 보았다. 초록빛 빈 의자는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아내가 남긴 한짝의 고무신과 핸드백을 직접 주워들고 나오다가 경호원에게 넘겼다.
범인으로 체포된 재일동포 문세광(당시 23세)은 그해 12월20일 사형된다.
서울 지하철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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