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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무소유의 글귀마다 비움의 삶을

by 까망잉크 2010. 3. 13.

 

무소유의 글귀마다 비움의 삶을

                                                               

꽃마중처럼 가시는 법정스님 전에  - 최 명 숙 -

 

  

삼월이 찾아오면 매화 꽃길을 따라
남녘의 어디쯤 꽃마중을 가곤 하시더니
꽃들의 환한 배웅을 받으며 여여하게 가신 님

엊그제 그리도 내리던 눈은
당신께서 마지막으로 하신 이별의 법문이었나 봅니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없는 길, 가시는 그 길이
이번 생에 잠시 인연 맺은 흙과 물, 불과 바람의 요소들을
털고 가는 길이라 해도
우주 법계, 우리 사는 세상의 마음마다
환히 밝힐 촛불 올리며 당신 앞에 가만히 두 손 모읍니다.

당신은 우리 곁에 있었음을 알면서 직접 당신을 뵈온 날이 아련합니다.

하지만 사바의 사람들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나룻배가 되어
밝고 투명한 불성의 빛 속에 의지가 되어주신 날들을 기억합니다.

무소유의 글귀마다 비움의 삶을 배우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며
자신과 불법(佛法)에 의지해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야한다는 말씀에
이 봄날 우리는 어떤 꽃과 잎을 피워야 하는지 말을 잇지 못할 뿐입니다

스님 어디쯤 가고 게십니까?
봄이 와서 꽃이 파는 게 아니라 꽃이 펴서 봄이 있고
절이 있어 수행이 있는게 아니라 수행이 있어 절이 있다고 하셨으니
중생이 있어 그 수없는 중생의 곁으로 다시 오시는
그 모습을 꿈결인 듯 뵙습니다.

눈부신 봄날 다시 만나 반갑다고
또 다시 언젠가는 이 자리를 비울 만남이니
그래서 더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하시겠지요.

매화꽃이 만개한 날 당신이 오실 것을 기다리며
매화 꽃잎이 피어나 당신이 가시는 길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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