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
[100년을 엿보다]
김민아 기자 makim@kyunghyang.com
ㆍ칠성사이다·환타·오란씨… ‘톡 쏘는’ 추억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윤형주씨가 만든 ‘오란씨’ CM송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CM송계를 풍미한 ‘불후의 걸작’이다. 요즘 이 노래가 20년 만에 다시 전파를 타고 있다. 동아오츠카가 ‘비타민C 탄산음료’라는 오란씨 신제품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TV 광고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양 갈래로 머리 땋고 교복 입은 여학생의 모습에서 시작해 깜찍한 미니스커트 차림에 부츠를 신은 소녀의 모습으로 끝난다. 복고풍에서 최신 트렌드까지 망라한 셈이다. 한국에서 청량음료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 5월 ‘칠성사이다’가 탄생하면서다. 올해로 회갑을 맞은 칠성사이다는 60년 동안 약 160억병, 특히 최근 10년간 약 60억병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칠성사이다는 50~6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소풍 가는 아이들의 가방 속에는 평상시에는 먹기 힘든 칠성사이다가 ‘특식’으로 한 병씩 들어있곤 했다. 이런 칠성사이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환타’였다. 다국적기업 코카콜라는 68년 한국에서 환타를 출시했는데, 그 유혹적인 오렌지색은 달짝지근한 맛과 함께 금세 어린이들의 입맛을 파고들었다. 환타를 벤치마킹했다고 할 만한 오란씨가 등장한 것은 3년 뒤인 71년이다. ‘국내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플레이버(flavor·향) 음료’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처음에는 오란씨도 오렌지향을 생산했으나 환타의 두꺼운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73년 ‘파인’ 향을 내놓았는데 곧 히트상품이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 출시되던 환타에는 오렌지향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적중했다. 77년에는 로고송을 만들면서 가사 마지막 부분에 “오오오오 오란씨, 오란씨 파인”을 넣었다. 동아식품(동아오츠카 전신) 측은 TV·지면 광고 외에도 미스 오란씨 선발대회를 여는 등 마케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채령, 김윤희, 송혜령씨 등이 오란씨 광고모델을 거치며 스타로 부상했다. 오란씨가 표방한 ‘상큼함’의 팬터지는 최근까지 문학작품으로 변주될 만큼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소설가 배지영씨는 지난 2월 펴낸 첫 소설집과 그 표제작의 제목을 <오란씨>로 붙였다. 소설 속에서 오란씨는 주인공들의 꿈이자, 희망이자, 환상을 표상한다. 오란씨가 시장에 안착하자 이에 자극받은 새로운 청량음료가 등장했다. 76년 첫선을 보인 ‘써니텐’이다. 써니텐은 기존 탄산음료와 달리 천연과즙을 10% 넣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써니텐(Sunny10)’이란 이름도 햇볕을 받고 자란 과일의 즙이 10%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써니텐은 ‘흔들어 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로도 유명해졌는데, 이 카피가 나오기까지에는 사연이 숨어있다. 천연과즙이 함유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과즙 때문에 병 밑부분에 내용물의 침전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 고민하던 제조사 측은 흔들어 마시라는 카피로 대처했다. ‘탄산음료는 흔들면 안된다’는 금기를 깬 이 카피는 이내 빅 히트했다. 80~90년대에는 음료 시장이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탄산이 들어간 청량음료는 왠지 모르게 ‘구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대신 ‘과즙 함량 100%’를 자랑하는 델몬트, 선키스트 등의 주스가 가정의 냉장고를 채웠다. 조깅·마라톤 인구가 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면서 포카리스웨트, 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도 시장을 넓혀갔다. 오란씨의 TV광고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수상품을 리뉴얼해 내놓는 ‘추억의 마케팅’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제품의 이미지는 바꾸지 않은 채 맛과 성분만 보강해 내놓은 오란씨 신제품이 그 사례다. 칠성사이다 역시 큰 변화를 꾀하지 않고도 국내 사이다시장의 78%(200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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