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이적지 못 가져본' 사랑을 만나 밤새도록 그리워하며 기도하는 애틋한 마음.위대한 것보다 절실한 것을 바라는 시인은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모자라는' 그 사랑으로 더욱 성결해집니다.
'너를 위하여/나 살거니/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라고 말한 다음 순간 '이미 준 것은/잊어버리고/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고 다짐하지요.
'갓 피어난 빛으로만/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을 지닌 그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50년 전 늦여름 밤,촛불을 밝히고 시를 쓰던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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