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보려면 >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그런 줄도 모르고 서두르기만 했습니다.
저 연약한 씨방 속에 고요한 꽃과 따뜻한 잎과 부드러운 흙과 그 모든 것을 보듬고 있는 어머니가 계시는데,그동안 눈이 녹기를 기다리지 못하고,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지도 못했습니다.
가끔씩 내 속을 찌르는 칼마저 버리지 못했으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한평생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신 어머니.이렇게 따순 날 꽃잎 피고 지는 소리 들으며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과 '잎'과 '흙'의 숨결을 천천히 만져봅니다.
오,손가락 끝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꽃무늬 음표와 온몸으로 노래를 받아 적는 오선지의 몸짓.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