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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금지옥엽

by 까망잉크 2019. 1. 30.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독에 빠진 금지옥엽

 

 

 

 

 

팔판동 김대감은
 딸만 여섯을 두고 한숨만 쉬다가 마침내 3대 독자를 얻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지켜보는 게 김대감의 유일한 낙이다. 가야금 소리가 아름다운들 외아들 울음소리보다 더 좋으랴. 천하의 작명가를 불러 상훈이라 이름짓고 백일에는 온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3일이나 잔치를 벌였다.
상훈이 탈없이 자라 여섯살이 되자 서당에 보냈다.
 어느 날 서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상훈이 넘어져 정강이를 다치자 김대감은 서당으로 가 훈장님과 담판했다. 그리고 자기 집 사랑방으로 서당을 옮겼다. 넓고 깨끗한 김대감댁 사랑방이 서당이 되자 학동들도 좋아하고 훈장님도 입이 벌어졌다.
김대감댁 행랑아범은
몇년 전 상처를 하고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홀아비로, 마당도 쓸고 김대감의 심부름도 하는 하인이다. 행랑아범의 아들은 김대감의 3대 독자와 동갑내기로 서당 청소를 도맡아 했다. 학동들이 공부할 땐 방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 처마 밑에서 부지깽이로 땅바닥에 글을 쓰며 귀동냥 공부를 했다.
어느 봄날,
학동들이 마당에서 돼지 오줌보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어느 학동이 찬 공이 하늘 높이 뜨더니 마당가 장독에 빠지고 말았다. 3대 독자 상훈이 장독을 들여다보니 반 넘게 간장이 찬 독 속에 공은 떠 있는데 발가락으로 서도 손이 닿을 듯 말 듯하다. “어어어!” 공을 집어내려던 상훈이 장독 속에 거꾸로 처박혀버렸다. 장독 속에서 몸을 뒤집을 수 없어 상훈은 두발만 첨벙거리며 발버둥쳤다. 또래 학동들이 발을 잡고 당겨봤지만 허사였다.
“사람 살려!”
 학동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 행랑아범의 아들이 자기 머리통만한 돌멩이를 들고 달려와 장독 아랫부분을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간장이 콸콸 쏟아지자 몰려온 사람들이 독 속에서 기절한 채 처박혀 있던 상훈이를 꺼냈다. 김대감은 새파랗게 질렸다.
마침 행랑아범이 어릴 때
강가에 살았는지라 물에 빠진 사람 응급처치법을 알고 있었기에 가슴을 치고
인공호흡을 해 상훈의 폐에 고인 간장을 토하게 하자 상훈은 살아났다.
이튿날 김대감이 행랑아범 부자를 불렀다.
“너희가 내 아들을 살렸다.
 소원이 무엇이냐?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소원입니다.”
행랑아범의 말에 김대감은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집 앞에 아홉칸 기와집을 지어 행랑아범 부자를 이사시켰다.
문전옥답 서른마지기를 떼줬으며 청상과부 침모와 혼례식도 올려줬다. 행랑아범의 아들은 김대감 아들과 의형제를 맺고 함께 서당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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