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고인 뜻 따라 작년 말 LG 산하 공익재단 3곳에 기부
입력 2019.02.22 03:39
유족들, 고인 뜻 따라 작년 말 LG 산하 공익재단 3곳에 기부
고(故) 구본무(1945~2018·사진) LG 회장의 유족들이 작년 말 고인의 유지(遺志)에 따라 LG그룹 산하 공익재단 3곳에 총 50억원을 기부했다. 구광모 LG 회장 등 유족들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나 LG복지재단 이사회 회의록이 공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LG그룹은 21일 "유족들은 LG복지재단과 LG연암문화재단에 각 20억원씩, LG상록재단에 10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LG연암문화재단은 1969년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LG복지재단은 1991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LG상록재단은 1997년 고 구본무 회장이 각각 만들었다. 고 구본무 회장은 세 재단의 이사장 혹은 대표를 모두 역임했다.
LG상록재단은 고인이 "후대에 의미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다"며 만든 국내 최초 환경 전문 공익재단이다. 무궁화의 품종 연구·보급, 동식물 생태 보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 장묘(葬墓) 문화 개혁 사업과 캠페인도 벌였다. 고 구본무 회장 역시 작년 5월 별세 후 화장(火葬)된 뒤 나무 아래 묻혔다. 상록재단은 고인이 공익사업으로 경기도 곤지암에 조성한 5만여 평 규모의 화담(和談)숲 관리도 맡고 있다.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으로, 고인의 아호(雅號)다.
LG복지재단은 고 구본무 회장이 2015년 제정한 'LG의인상' 시상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低)신장 어린이들에 대한 성장호르몬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고인은 당시 "세상이 각박해졌어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은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의인상을 만들었다. LG연암문화재단은 국내 대학 교수들이 해외 유수 대학·연구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 '중간 값의 술' 즐긴 까닭.. "너무 싸면 위선"
신혜지 입력 2018.05.21.
이낙연 국무총리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구 회장과 그의 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일화를 공개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구 회장은 평소 재벌 총수답지 않게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국외 출장을 다닐 때도 비서 한 명만 대동할 정도로 격식을 싫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총리는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덕경영을 실천하고 누구에게나 겸손 소탈하셨던 큰 어른. LG를 국민의 사랑, 세계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키우신 장본인”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구본무 회장님은 중간값의 술을 즐겨 드셨다.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라며 “구자경 회장님은 광화문 진주집에서 진주식 비빔밥을 혼자 드시곤 했다. 그 장면을 제가 청년기자 시절에 몇 번이나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 고인 뜻대로 간소한 장례, 조용한 추모
LG그룹은 20일 오전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장례는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하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가족 외의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장례를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구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 회장의 빈소에서는 고인의 뜻을 따르려는 유족의 의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1호실 구 회장의 빈소는 비공개로 운영됨에 따라 문이 닫혀 있었다. 빈소를 지키는 LG그룹 관계자들의 출입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구 회장의 빈소 문 앞에는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과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를 바란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조문객 행렬도 볼 수 없었으며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일부 LG그룹 임직원들 외에 외부인들의 출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LG그룹 관계자는 “가족들만 방문할 예정이고 재계 임원 등을 포함해 외부인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고한 대로 조화도 받지 않았다. 2시30분쯤 구 회장의 빈소로 보내진 화한을 들고 오던 배달직원은 “입구에서 막혀 들어가지 못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다만 LG그룹과 관련된 LS, GS, LIG 조화와 LG 임직원 조화,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만 받았다.
◆ 사내 게시판에도 이어지는 추모의 글
20일 LG그룹 사내 게시판에는 구 회장의 별세를 애도하는 글로 넘쳐났다. 하루에만 수백 건의 추모 글이 쏟아졌다. 처음 소식을 접한 임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평소 소탈했던 그를 회상하고 존경의 마음을 담아 구본무 회장의 명복을 빌었다.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은 정말 소탈하고 아랫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던 젠틀한 분이었다”며 “주변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그와 같이 일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해 하는 이들이 만다”고 전했다. 또 LG에서 34년째 근무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 “엘지는 나에게 가장으로서 바른길만 생각하게 한 곳이고 너무 감사한 나의 일터였다”고 말했다.
인기 많고 자랑스러운 회사의 ‘큰 어른’이었던 만큼 본사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조문 구역을 만들어달라’는 요청 글도 이어지고 있다. LG 측은 “현재로서는 별도의 조문 구역을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프로야구 구단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는 구 회장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이날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 재조명 받는 구 본무 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추모 열기가 더해질수록 직원을 아끼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으로 실천했던 구 회장의 미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구 회장은 재벌 중 드물게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으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일을 한 이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LG 의인상’을 만들어 이들의 뜻을 기리고 지원했다.
또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독립운동 자금 자원으로 시작된 LG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 LG의 사업 역량을 활용해 관련 시설 개보수 및 유공자 지원사업 등에 앞장섰다. 2015년에는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 및 서재필 기념관 등 개보수 사업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독립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 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이 밖에도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의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구 회장은 평소 대학생을 나라와 회사의 미래로 생각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한번은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만난 대학원생들과 “다음에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겠다”며 식사 일정을 약속했는데 이후 2013년 5월 구 회장이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가게 되면서 일정이 겹치게 됐다. 그런데도 구 회장은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해 만남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발인은 22일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화장 후 유해를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을 검토하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
'이러 저런 아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붕어빵 사먹기 힘들다? (0) | 2019.03.03 |
---|---|
피서지 맛과 맛집 (0) | 2019.02.24 |
‘40년의 꿈’ (0) | 2019.02.20 |
생전 일배주만 못하다 (0) | 2019.02.19 |
먼일인줄···벌써 70대" (0) | 2019.0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