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다방이야기. 나이 60대 사람 치고 옛날 다방에 잊지 못할 추억이 한 자리 없는 사람 있을까? 당시의 다방에는 낭만도 있었고, 남자의 자존심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눈물 쏟아내는 이별의 장이기도 했었다. 가끔 열리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의 단체 관람장이기도 했으니, 그 당시 다방은 ‘한국적 명물’로 어른들의 사랑방, 대학생의 만남방, 직장인의 휴식 공간, 동네 한량들의 아지트 였으며, 데이트와 맞선 공간, 가짜 시계 등이 거래 되는 상거래 공간, 음악감상 공간 등 '거리의 휴게실’이자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젊은 청춘을 위한 시내 중심가를 벗어난 다방 은 카운터에 중년 여성인 ‘마담’이 앉아 있고 ‘레지’(영어로 lady)라고 불리는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커피를 날라주는 동안 에 구슬픈 뽕짝 가락이 손님들의 가슴을 저윽 히 적셔주는 그런 형태 였다. 그 당시 사람치고 시골 읍내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내 중앙통에 있는 다방의 마담이나 레지와의 사연 하나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노닥 거리며, 시간 을 보내려고 주막에서 세련된 다방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방에 들어서면 낮 익은 마담과 레지가 경쟁하듯 환하게 맞아줬고, 손님이 자리 에 앉으면 어김없이 옆자리에 살포시 앉으면서 속보이는 아양을 떨었다. 손님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정 오빠 보다 더 정겹게 팔짱을 끼며 애교까지 부리는 그 분위기를 우쭐하며 즐겼으니. "커피 한잔 가져와" 하는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자 마자 "저도 한잔하면 안될까요?" 가 곧바로 이어졌고, 그 상황에서 "NO!"는 존재하지 않았다. 70년대 후반들어 야쿠르트로 바뀌기도 했지만, 요즘이야 맹숭커피 한잔에도 돼지국밥 한 그릇 값을 지불 하지만, 그 당시 커피 한잔은 실없는 농담에 가벼운 신체 접촉 권한(?)까지 주었으니 참으로 옹골진 값어치 였던 셈이다. 분위기가 넘어 왔다 싶으면 마담이나 레지의 "우리 쌍화차 한잔 더하면 안될까요?" 라는 비싼 차 주문이 발사되고 여기에도 "NO!"는 거의 없었다. 그 시절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가는 것이 뭇 사내들의 멋이었고 낭만이기도 했지만, 마담이나 레지에게는 매출을 올려 주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인사고과 였으니, 그런 손님과 레지의 의기투합(?)은 나중에 티켓 다방으로 발전 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인기 레지는 거의 연예인 수준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어느 다방에 멋진 레지 가 새로 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 다방에는 한 동안 문전 성시를 이루곤 했는데, 레지가 인기를 누렸던 현상은 그 시대를 대변 하는 특이한 풍경이기도 했다. 6~70년대의 다방 에서는 커피라고는 한 종류만 있었기에 손님들은 그냥 ‘커피’ 를 주문하면 되었다. 다방이 아닌 요즘의 커피 전문점 ‘카페’에서 커피 메뉴판을 보면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하나같이 그 이름이 복잡하고 어렵다. 다방에서 Café로 세월 따라 이름도 변해감에, 한때 옛날 다방을 주름 잡던 청춘에게 나이만큼 서글픔이 몰려온다. 한잔의 커피에는 반드시 꽃 향기가 있으므로, 꽃향기가 풍성한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들 한다. 그러나.. 요즘의 다양 해진 커피 맛과 향이 옛날 다방의 낭만적인 커피 맛보다 더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모닝 커피라며 족보에도 없는 계란 노른자까지 곁들였으 니, 커피를 한잔하고 마담과 레지의 환송을 받으며 다방문 나설 때의 우쭐해지던 커피 맛 외의 또 다른 그 맛을 요즘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영화도 흘러간 영화가 정겹고 가슴에 와 닿듯이, 커피도 옛날 다방의 커피 맛이 한결 감미롭게 느껴진다. 나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돌 노래들을, 요즘 젊은이들이 내 나이 되었을 때, 청춘 시절 을 회상하며 “그때는 방탄 소년단 노래가 참 좋았는데” 라고 할까? 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허긴 우리 부모님도 남인수 고복수 노래만이 노래였고, 김추자, 송창식 노래는 소음일 뿐이었겠지만. 양장을 걸치고 카운터에서 무게 잡던 김 마담과 미니스커트 입고 아양 떨던 미스 박이라는 레지는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그들도 그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을까...? <받은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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