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강인춘의 80돌 아이(27)
[일러스트 강인춘]
작가노트
“엊저녁 식탁에서 우연히 본 당신의 손등
그 곱던 손엔 어느새 뼈마디가 굵어졌고
속 뼈가 보일 만큼 피부가 얇아졌더라!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눈길을 돌렸어.”
남자 나이 80을 넘어서야 비로소 마누라의 심정을 안다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하수영이 부른
“젖은 손이 애처로워….”의 노랫말을 모방해서 쓰고 있는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남자인지 모르겠습니다.
* 마누라의 부탁에 마지못해 음식쓰레기를 버리면서 나오는 군소리.
* 어쩌다 하는 주방 개수대에서의 설거지에 남자 위신 깎는다는 분노.
*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에 술 냄새 진동하며
현관문 꽈당! 열고 들어오는 못난 백수의 위세.
이런저런 일로 불뚝불뚝 가슴을 치받치며 나오는 울화통 등등….
이 모두가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말리지 못하는 꼰대의 짓거리’들입니다.
그들에게 비웃음의 욕을 한 바가지 먹어도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모두가 정말로 꼰대의 짓거리들이니까요.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뒤늦게라도 마누라의 손을 보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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