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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

명품숲

by 까망잉크 2021. 10. 21.

 

 팽 당할 처지 700그루 팽나무, 이 섬으로 이주해 ‘명품숲’ 됐다

입력 2021.10.19 17:00

 

신안 도초도 팽나무 10리 길과 수국공원

신안 도초도 '환상의 정원' 팽나무 10리 길. 타지에서 애물단지 취급받던 700여 그루 팽나무를 이식해 조성한 숲길이다.

신안 도초도(都草島)가 이름처럼 꽃과 나무의 성지가 됐다. 섬으로 들어서면 ‘팽나무 10리 길’이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팽나무 10리 길은 섬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수로를 따라 약 3.5㎞ 이어진다. 수령 70~100년 된 팽나무 716그루가 조붓한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길 양편에서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이 많은 팽나무는 어디서 났을까. 나무마다 출신 지역을 적은 팻말이 걸려 있다. 멀게는 충남 홍성과 경남 진주에서 온 나무도 있고, 대개는 고흥 해남 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이 고향이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푸조나무 등과 함께 수명이 가장 긴 축에 속한다.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대접받고, 해안가에는 방풍림으로도 심는다. 팽나무는 신안의 보호수 중 80%를 차지하는 상징적인 나무다. 팽나무 10리 길은 시목해수욕장 외에 이렇다 할 관광 자원이 없는 도초도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신안 도초도 10리 팽나무 길. 바닥에 심은 수국은 지고 패랭이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도초도 환상의 정원에 이식한 팽나무마다 출신지 팻말이 붙어 있다.

 

군청 공무원들이 서남부 해안 지역을 돌아다니며 쓸모없는(?) 팽나무를 구하기 시작했다. 밭둑에 덜렁 자라 농작물에 그늘을 드리우는 애물단지 팽나무, 산비탈이나 농수로에 뿌리내려 천대받던 팽나무가 대상이었다. 군에서 오래된 팽나무를 모은다는 소문이 퍼지자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공사에 방해가 돼 뽑아내려고 하는데 가져갈 거냐는 문의가 이어졌고, 장흥의 한 농민은 밭 한가운데에서 농지를 잡아먹는 팽나무를 뽑아갈 수 있겠느냐고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 이렇게 제자리를 못 찾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나무들이 도초도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기본적으로 키가 10m 넘는 나무를 이송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5톤짜리 트럭에 실려 암태도로 이송된 나무는 다시 배를 타고 도초도로 옮겨졌다. 이송 작전은 교통량이 많은 낮을 피해 주로 밤에 진행됐다. 팽나무 숲길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도 처음엔 반응이 시큰둥했다. 폭 16.5m의 논을 사들여 성토한 다음 나무를 심을 계획이었으니 반대도 많았다. ‘그늘이 져 농사 망친다’거나 ‘참새떼가 몰려들면 어떡할 거냐’며 항의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래도 장차 이 숲이 도초도를 먹여 살릴 거라는 설득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 김대환 부면장이 전해 준 후일담이다.

10리 팽나무 길과 나란한 월포천. 농업용수를 대기 위한 인공 수로다.

 

10리 팽나무 길과 나란한 월포천. 신안군은 장차 나룻배를 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팽나무 숲길 조성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시작해 올 2월 마무리했다. 6월에는 ‘환상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식도 열었다. 팽 당할 처지의 나무들이 모여 명품 숲을 이뤘다. 갓 조성한 숲길이지만 기본적으로 큰 나무여서 운치가 제법 그럴싸하다. 더 크고 풍성하게 가꿀 의무가 군청과 주민의 몫으로 남았다. 바닥에는 수국과 수레국화, 패랭이 등을 심었다. 지금은 패랭이가 알록달록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숲길과 나란한 월포천은 1970년대 농지를 조성하면서 건설한 인공 수로다.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주변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모으는 구조인데, 웬만한 강처럼 폭이 넓다. 바람이 없는 날, 팽나무 가로수가 잔잔한 수면에 비친 모습이 또 일품이다. 신안군은 장차 이 수로에 나룻배를 띄울 계획이라고 한다.

도초도 수국공원. 늦게까지 피는 일부 수종의 수국이 마가목 열매와 함께 피어 있다.

 

도초도 수국공원은 폐교와 마을 야산을 활용한 공원이다. 수국은 거의 지고 향나무 가로수가 푸르다.

 

도초도 수국공원 꼭대기의 조형물 뒤로 잔잔한 바다가 걸린다.

 

수국 색깔(블루라이트)로 지붕을 장식한 도초도 마을.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수국공원이 이어진다. 폐교한 도초 서초등학교 부지와 주변 야산에 15종 3만 그루의 수국을 심어 꾸민 정원이다. 6~7월이 제철이라 수국은 거의 지고 없지만, 돈나무 후박나무 해송 동백 등 자생하는 나무가 산책로 곳곳에서 본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공원 꼭대기에 오르면 수국 빛깔(블루라이트)로 지붕을 장식한 마을 풍경이 정겹게 내다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서해 바다가 아른거린다.

 

신안=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팽나무>

다음백과 참조

  • 팽나무 무리는 풍게나무, 검팽나무, 폭나무, 산팽나무, 왕팽나무 등 한참을 헤아려 보아야 할 만큼 종류가 많다. 또 남서해안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푸조나무도 팽나무의 사촌쯤 되는 나무로서 흔히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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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흔하고 친근한 서민의 이미지 탓인지 우리 옛 문헌에서 팽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산림경제》에 실린 “소나무, 팽나무(彭木),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라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백성들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팽나무는 농사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5리마다 오리나무, 1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었듯이 일본에서는 이정표 나무로 팽나무를 심었다. 1604년 장군 도쿠가와1) 는 동경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1리(4킬로미터)마다 일리총(一里塚)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지름 9미터, 높이 1.7미터 정도의 흙더미를 쌓고 가운데에다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길손이 거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시 쉬어 가는 휴게시설이었다. 담당 실무자가 어떤 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지 묻자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러나 관서지방 사투리를 쓰는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란 뜻의 일본 표준말인 ‘이이키’라 하지 않고 ‘에에키’라 했다. 이를 ‘에노키(팽나무)’로 잘못 알아들은 실무자는 일리총에다 팽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리총은 여러 군데 남아 일본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팽나무 이외에도 느티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으나 팽나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으며, 남부지방의 당산나무는 흔히 팽나무인 경우가 많다. 옛날에 배를 매어두던 나무로 천연기념물 494호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는 키 12미터, 줄기둘레 6.6미터, 나이 400년에 이르며, 우리나라 팽나무 중 가장 굵다. 커다란 버섯 갓을 닮은 모양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같이 아름답다.
  • 팽나무는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이 넘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항상 소금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끄떡없다. 그것도 두툼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이 되어도 울퉁불퉁하게 갈라지지 않는 얇고 매끄러운 껍질을 갖고 그대로 버틴다.

    남부지방에서 부르는 팽나무의 다른 이름은 포구나무다.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는 탓이다. 나무의 특성은 물론 자라는 곳을 그림처럼 떠올릴 수 있는 포구나무가 팽나무란 정식 이름보다 훨씬 더 정겹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닷가에서 심고 가꾸는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산림청의 관리를 받고 있는 고목나무 1만 3천여 그루 중 팽나무는 약 10퍼센트인 1,200본으로서 느티나무 7,100본 다음으로 많다. 이 중 대부분은 전남, 경남, 제주에서 자란다.

    늦봄에 자그마한 팽나무 꽃이 지고 나면 금세 초록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가난하던 시절의 시골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장난감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팽나무는 아이들과 가장 친근한 나무였다. 초여름 날, 콩알만 한 굵기의 열매를 따다가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위로 한 알씩 밀어넣은 다음, 위에다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오른손으로 탁 치면 공기 압축으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는 팽하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것을 ‘팽총’이라고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팽총놀이가 끝난 팽나무 열매는 가을에 들어서면서 붉은 기가 도는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 가운데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고, 주위는 약간 달콤한 육질로 싸여 있다. 이렇게 잘 익은 열매 역시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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