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53>
토끼 간을 얻으려는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
기사입력 2022.03.14. 오전 12:05
“제가 그것을 구해올 수 있습니다”
- 吾能得之·오능득지
옛날 동해 용왕의 딸이 심장병을 앓았다. 의원이 말하기를 “토끼의 간을 얻어 약에 합하면 낫습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바닷속에는 토끼가 없으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한 거북이가 용왕에게 “제가 그것을 구해올 수 있습니다”고 말하였다. 마침내 뭍에 올라 토끼를 보고 말하기를 “바다 가운데 한 섬이 있는데 맑은 샘과 흰 돌 그리고 무성한 숲과 아름다운 과일이 있는 데다 추위와 더위가 이를 수 없고 매와 새매도 침범할 수 없다. 네가 만약 갈 수만 있다면 편안히 살며 근심이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
昔東海龍女病心, 醫言: “得兎肝合藥則可療也.” 然海中無兎, 不奈之何. 有一龜白龍王言: “吾能得之.” 遂登陸見兎, 言海中有一島, 淸泉白石, 茂林佳菓, 寒暑不能到, 鷹隼不能侵. 爾若得至, 可以安居無患.(석동해용녀병심, 의언: “득토간합약즉가료야.” 연해중무토, 불내지하. 유일구백룡왕언: “오능득지.” 수등륙견토, 언해중유일도, 청천백석, 무림가과, 한서불능도, 응준불능침. 이약득지, 가이안거무환.)
삼국사기에 나오는 ‘龜兎之說(귀토지설·거북이와 토끼 이야기)’ 중 앞부분이다. 토끼를 업고 용궁으로 헤엄쳐 가던 거북이는 “용왕의 딸이 병에 걸렸는데 토끼의 간만이 약이 된다. 그래서 너를 업고 간다”고 하였다. 놀란 토끼가 “간과 심장을 꺼내 씻어 바위 밑에 두고 왔으니 가지러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뭍으로 돌아와 살아났다.
이 이야기는 김춘추가 고구려에 원병을 구하러 갔다가 옥에 갇혔을 때, 선도해(先道解)라는 사람이 그곳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알려준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는 ‘별주부전(鼈主簿傳)’ ‘토끼전’이라는 이름으로 소설과 판소리 소재가 됐다. 재치를 발휘해 살아난 토끼의 기지가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경남 사천군 서포면 비토섬에는 토끼 거북이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다. 필자가 차산(茶山)에서 일하는데 비토 인근에 사는 친구가 “산에만 갇혀 있지 말고 회 한 점 하러 오시게”라며 전화를 했다. 몇 번 비토에 간 적이 있는데 이곳에는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등이 있고, 이들 섬과 관련해 귀토지설이 더 재미있게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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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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