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4-23 03:00업데이트 2022-04-23 03:00
![](https://blog.kakaocdn.net/dn/CXFlR/btrAbKpFY4v/jcAQIr1WUtGuODqVM1HoM0/img.jpg)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천양희(1942∼)
‘Passion’이라는 단어는 열정이라는 뜻이다. 누구든 열정을 좋다고 알고 있지만 이 단어에는 반전이 있다. 여기에는 고통, 그리고 수난이라는 뜻도 함께 있다. 우리가 간절히 갈망하는 대상이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는 말이다.
나는 외과의가 아닌 문과인이므로 몸의 상처는 드물게 본다. 그 대신 마음의 상처는 자주 본다. 마음의 굳은살은 세상의 풍파가 만들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다. 가족, 연인, 부모,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대개 치명상이고, 출혈도 크다. 마음의 상처도 육신의 상처와 같아서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가 소용없지만 필요는 하다. 그 위로로 이 시를 골랐다. 이 세상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도 다 우는 사람만큼 아팠다. 고통이 없는 사람도 고통이 없을 사람도 없다. 하지만 고통은 날카롭고 위로는 무딘 법. 그러니 부디 잘 견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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