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72]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Flower in the Crannied Wall)
틈새에서 너를 뽑아
내 손에 들었네,
여기 너의 뿌리며 모두 다 있네,
작은 꽃-네가 무엇인지,
너의 뿌리와 전부를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1809~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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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황홀해하던 기억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벽이든 아스팔트 바닥이든 자그마한 틈새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는 그 강인한 생명력. 꽃밭에 오종종 모여 있는, 화훼 전시장에 진열된 화려하고 늠름한 꽃들보다 우연히 발견한 시멘트 틈새의 꽃이 내겐 더 아름답다.
살아있는 꽃을 그는 왜 꺾어야 했나. 한 송이 꽃을 통해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말하는 철학적인 시의 2행에 나오는 동사 “뽑아 (pluck)”가 거슬렸다. 테니슨이 이 시를 쓴 해는 1863년, 식물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꽃 한 송이를 낱낱이 해부하면 그 종의 기원과 생명의 비밀까지도 인간이 알 수 있다는 과학적 낙관주의가 영국을 지배하던 시기.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한 다윈(Charles Darwin·1809~1882)은 테니슨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벽에 핀 작은 꽃도 뽑아 철저히 관찰하고 통찰했던 산업혁명의 시대, 대영제국의 현미경처럼 위대한 예술.
Flower in the Crannied Wall (시 원문)
Flower in the crannied wall,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What you are, root and all, all in all,
I should know what God and man is.
-Alfred Tennyson (1809~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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