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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의 기록들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 칠태부인경수연도

by 까망잉크 2022. 6. 4.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 칠태부인경수연도

관료 7명 노모 칠순 잔치 비단 위에 새겨… 색 바랬지만 효심은 생생

  • 조연화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입력 : 2022-02-27 19:38:42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가 넘는다. 과거에 흔했던 환갑 잔치는 거의 사라졌고, 칠순 잔치도 잘 열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40세 정도였던 조선시대에 일흔을 넘긴 노인은 매우 드물었다. 만약 일흔을 넘겼다면 지극히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이 경사는 가족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과 국가가 나서서 축하해줄 일이었다.

 

 
 
작자 미상의 칠태부인경수연도(七太夫人慶壽宴圖).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박물관에 소장된 ‘칠태부인경수연도(七太夫人慶壽宴圖)’는 보물 1809호로 지정된 기록화이다. 비단에 채색된 그림으로서 길이가 5.7m에 이른다. ‘칠태부인 경수연’이란 큰 부인 일곱 명의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라는 뜻이다. 즉 이 기록화는 1691년 음력 8월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한 관아에서 일곱 부인의 장수를 성대히 축하하는 잔치를 묘사한 것이다. 숙종이 70세 넘은 어머니를 모신 병조판서 민종도, 부제학 권해를 비롯한 신하 7명에게 쌀과 비단 등을 하사하자 성은에 망극해하며 잔치를 벌이고 글과 그림으로 남겨 세세손손 전하게 된 것이다.

소장품은 원작이 아니며 후대에 다시 제작된 그림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화가는 알 수 없다. 전체적으로 그림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각 상단에는 지붕과 차일을 따로 묘사함으로써 장면을 달리했다. 우측에는 휘어진 소나무를 배치해 각진 그림의 경직성을 완화시켰고, 하단에는 낙엽송을 묘사해 가을로 들어가는 절기임을 느끼게 한다.

첫째 장면은 일곱 부인과 자손들이 모여 잔치를 즐기는 모습이다. 일곱 부인과 집안 여성들은 직접 묘사하지 않고 빈자리와 상들만 그렸다. 아래에는 자손들이 술을 올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둘째와 셋째 장면은 초대받은 하객이 줄지어 앉아 시녀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는 모습이다. 장면 사이에는 악공이 기악을 연주하는 모습도 있다. 실제로 임금이 경수연을 축하하기 위해 술과 악공을 내렸다는 기록이 ‘숙종실록’에 전한다.

이 기록화는 글 부분이 훨씬 길다. 글의 내용은 당시 참석했던 태부인과 후손 명단, 민종도가 숙종에게 바치는 사은의 글, 권해가 지은 경수연도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쓴 이는 조선 후기 서화가로 유명했던 강세황이다. 강세황은 권해의 증손 권조언의 부탁을 받고 1745년에 이 글을 썼다. 권조언은 자신의 벗 강세황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빠져있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아마도 50년이 훌쩍 지난 원본이 낡고 퇴색하자 그림을 새로 그리게 하고, 명필에게 글을 쓰게 한 것 같다. 1745년의 ‘칠태부인경수연도’는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염원했던 증조부의 애틋한 마음에, 권조언의 효심까지 읽을 수 있는, 온기가 느껴지는 소장품이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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