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오일장 /손영자
- 신진경 시조시인
- 입력 : 2022-07-13 18:43:10
영감 하나 산다는 사람 어디 없든교?
살 사람만 있으면 퍼뜩 팔고 싶구마는
평생을 애먹인 영감 공짜라도 주고 싶다
삼랑진 장날에 딸기모종 사오면서
영감한테 전화 건다 밥은 챙겨 묵었는교?
아직도 내가 아니면 손도 까딱 안 한 께
![](https://blog.kakaocdn.net/dn/kWqY3/btrHe32zXc7/Zn54Kq5gwDQusSeeHmbSjk/img.jpg)
5일마다 열리는 시골 장날은 차진 사투리에 고소한 뻥튀기, 두릅과 취나물 등 저마다 생산한 새 상품도 어우러져 아침 해가 뜨겁다. 여기에다 내놓을 오래된 영감 하나! 팔리기나 할까? 제대로 내놓지를 않았으니 팔기 싫음이 역력하다. 멀리 있으면서도 식사를 챙기는 마음인데 어찌 내놓을까. 장에 팔기보다는 앞으로도 더 많이 보살피기 위해 딸기모종을 사다 나르는 속마음에는 지아비에 대한 애정이 잔뜩 담겨있다. 이쯤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녹아들어 남은 세월을 서로 기대며 살아가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시라고 작은 응원을 드리고 싶다. 아직도 맥을 이어가는 오일장이 서는 곳,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의 시배지로 딸기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 위트가 있는 시조에 달큼한 향이 묻어나 그 인정과 정감에 찬사를 보낸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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