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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별 헤는 밤

by 까망잉크 2022. 10. 2.

별 헤는 밤

               /운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는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밫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서봅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 외다

 

 

-별 헤는 밤/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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