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가을 요리 /천성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2.11.03. 오전 3:03
숲속을 헤매다가 산을 안고 왔습니다
새벽에 양념 섞어 요리를 했습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감칠맛이 났습니다
풍경을 얹어놓은 회전판을 돌립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오솔길이 맛납니다
그 속에 깔린 단풍이 만찬으로 붉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산을 눈에 담다가 마음에 담다가 더 담을 데가 없을 정도가 되면 산을 통째로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시인은 단풍에 취했던 전날의 여운으로 새벽에 깨어 곳곳의 영상을 돌려본다. 바스락거리던 낙엽소리, 바람이 지나가던 오솔길이 맛깔스럽게 다가오고, 숲 속에 널려 있던 단풍 든 풍경들이 풍성하고 맛난 음식처럼 온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를 반복해서 감상하다 보면 이전에 깨닫지 못한 새로움과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서 이러한 행위는 영혼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시인의 가을산 영상 되돌리기는 일상 속에서 우리를 치유하고 발견할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예술작품이든 무엇이든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보면 좋겠다.
공란영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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