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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쉰살 즈음에

by 까망잉크 2022. 11. 7.

 

쉰살 즈음에

                      / 천상병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게 더 서럽다. 
 
내 나이 쉰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 살을 반추하여 거꾸로 세어본다. 
 
쉰 마흔아홉 마흔여덟 마흔일곱
아직 절반도 못 세었는데 눈물이 난다. 
 
내 나이 쉰살
변하지 않는건
생겨날때 가져온
울어도 울어도 마르지 않는
눈물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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