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메주 /설상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2.12.01. 오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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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처마 밑에
온 사랑을 매달았다
햇살 한 되
바람 한 되
밤하늘 별빛도 한 되
아들딸
보고픈 마음
섣달 열흘 곰삭는
시조를 읽는 순간 어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한 된장찌개가 생각납니다.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다는 어머니의 갈라진 손마디가 아른거립니다. 메주를 달면서도 자식들 생각을 얼마나 하실까요. 보고픈 마음을 꾹 누르면서 자식이 건강하도록, 하는 일이 잘 되도록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정성을 들이시지요. 매달린 메주를 보며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읽습니다. ‘볕, 처마, 햇살, 바람, 별빛, 한 되, 섣달 열흘, 곰삭는.’ 부모님의 사랑을 끌어내는 우리말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아름다운 비단을 짜 놓은 듯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 시조의 멋이기도 하지요.
먹거리가 풍성한 시대지만 온갖 첨가물과 농약 등에 오염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겉보기에는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질지라도 오염이 덜 된 먹거리로 건강을 지켜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입니다. 햇살 한 되, 바람 한 되, 밤하늘 별빛도 한 되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발효된 부모님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고 시인은 고백합니다.
공란영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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