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즈음 돋보이는 호랑가시나무
겨울 채비를 마치고 거개의 나무들이 적막에 드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유난스레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호랑가시나무다. 상록성의 초록 잎 사이의 빨간 열매가 도드라지는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겨울나무’ 혹은 ‘크리스마스 나무’다.
잎 가장자리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 해서 호랑가시나무라고 이름 붙인 나무인데, 일부 지방에서는 얼기설기 엮은 가지로 호랑이가 등을 긁을 때 쓸 만하다 해서, 호랑이등긁개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만든 나무라고도 하고, 예수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다가 자신의 여린 몸이 찢겨 피를 흘리며 죽어간 작은 새 ‘로빈’이 좋아하는 먹이여서 예수의 수난과 함께 기억하며 성탄 장식에 썼다고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서양에서 비롯한 축제여서 축제 장식에 쓰는 호랑가시나무를 서양의 나무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이기도 하다. 전북 부안 지방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군락지도 있는 분명한 우리 나무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 독립노거수도 있다. 나주오씨 집성촌인 전남 나주의 공산면 상방리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이 호랑가시나무는 현재로서는 천연기념물에 지정한 유일한 나무다.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사진)’는 500년 전쯤 마을 입향조인 오득린(吳得隣·1564~1637) 장군이 심은 나무다. 이순신 장군의 참모로 활약하며, 충무공이 전사한 뒤에 전투를 이끈 명장 오득린은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을 일으켰다. 그때 그는 마을 어귀에 팽나무, 느티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들 가운데 한 그루가 이 호랑가시나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쳐 싸운 우리의 선조가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기 위해 심어 키운 나무로 살아남은 크고 아름다운 호랑가시나무도 서양의 축제인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김없이 새빨간 열매로 선조의 얼을 서리서리 펼쳐내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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