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 교훈 위해 심은 향나무
연기 봉산동 향나무
돌아가신 어버이를 기억하기 위해 심어 키운 나무가 있다. 신비로운 생김새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연기 봉산동 향나무’(세종시 조치원읍)다.
나무 위쪽으로 삐죽 내민 가지까지 합쳐봐야 고작 3m밖에 안 되는 낮은 키의 이 향나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은 옆으로 넓게 드리운 나뭇가지 아래쪽에 있다.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 맨 아래에서부터 비틀리며 솟아오른 나뭇가지는 그 자체로 용틀임을 연상하게 하며 사방으로 11m 넘게 펼쳤다. 나무 높이의 4배 가까운 폭이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하늘을 가렸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나뭇가지를 뻗었기에 허리를 굽히고 그 아래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긴 세월에 걸쳐 빈자리를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가지를 뻗었다.
신비롭고 수려한 생김새는 나무 홀로 빚은 자연적 아름다움이 아니다. 후손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신성하게 여기며 지켜온 결과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라면 마을이 평화롭고, 나무가 쇠약해지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까지 믿어왔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470년 전 이곳에 살던 강화 최씨 최중룡이다. 소문난 효자이던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머리를 풀고 묘 곁에서 3년 시묘살이를 했다. 효도의 상징인 시묘살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최중룡은 집 마당에 나무를 심었다. 부모에 대한 효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그 시절에 나무는 자연스레 효도의 상징이 됐고, 후손들은 대를 이어 정성껏 지켰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집안 잔치를 이 나무 그늘에서 치렀다고 한다. 지금은 나무뿌리 부분에 1m 높이의 단을 쌓아 사람이 들어서기 어려울 만큼 낮은 공간이 됐지만, 예전에는 허리를 바짝 세우고도 너끈히 걸을 수 있었고 왁자한 잔치를 치르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후손들은 말한다.
‘연기 봉산동 향나무’는 결국 사람살이의 본보기의 상징으로 대를 이어 지켜온 한 가문과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이 지켜온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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