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친해지기

 

[시가 있는 월요일] 고독과 친해지기

허연 기자

입력 2023-02-05 17: 37: 49 수정 2023- 02-06 07: 36: 19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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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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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적막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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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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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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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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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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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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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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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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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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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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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 作 <옛날의 그 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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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은 시도 썼다. 그가 말년에 남긴 시들을 보면 유독 외로움에 대한 성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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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한 시절 혼자 살았던 집에 대한 회고가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구절 앞에서는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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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결국 생은 혼자 하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생은 그래서 숙연하고 아름답다. 잘 고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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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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