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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역사) 이야기

유배를 가다 (4)

by 까망잉크 2023. 3. 5.

유배를 가다 (4)

유자광과 김언신은 임사홍의 술책에 빠져 현석규를 탄핵했을 것이다

by두류산Dec 09. 2022

 4장

 김언신은 갑자기 옥에 갇히게 되어 황당하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입고 있던 옷을 찢어 글을 써서 임금에게 아뢰었다.  

 "현석규의 일은 그때 박효원, 임사홍, 노공필이 신과 더불어 말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정이 떠들썩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른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신이 현석규의 음험한 상황을 듣고 마음속으로 분함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신은 벼슬이 간관이 아니고 지위가 재상이 아니므로, 스스로 아뢸 길이 없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뿐이었습니다. 박효원, 노공필, 임사홍은 신의 친구인데, 평소에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현석규의 사람됨을 논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임사홍이 어찌 능히 신이 간관이 될 것을 미리 알고 부탁한 것이겠습니까? 신이 마침내 혐의를 면치 못할 것을 알지 못함이 아니나, 다만 죄가 아닌데 죽어 구천에서 억울함을 품게 되면 전하의 밝은 정치에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임금이 유자광과 김언신의 상소를 읽자, 의금부에서 돌아온 우부승지 이경동이 입시하였다. 이경동은 의금부의 국문 결과를 임금에게 보고했다. 

 "유자광은 진술하기를 상소할 때에 김언신과 같이 의논하지 않았고, 애초에 임사홍의 사주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김언신도 진술하기를 언관인 사헌부 지평이 되기 전부터 임사홍이 현석규의 일을 말하기에, 듣고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였고, 지평이 된 뒤에 여러 번 임사홍과 서로 만났으나, 임사홍이 은근히 사주한 사실은 없었다고 진술하며, 공모한 일을 부인하였습니다.”

 "유자광과 김언신이 그때에 현석규를 소인이라고 극언하였다. 김언신은 대간이 되어 임사홍의 술책에 빠져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경동은 임금의 말을 거들며 아뢰었다. 

 "신은 본래 임사홍의 사람됨을 알지 못하였지만, 사람들이 모두 임사홍을 교만하다고 하였습니다. 임사홍은 재상의 아들로서 이른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신이 동부승지가 되자 임사홍은 도승지가 되었습니다. 함께 근무한 지 겨우 20여 일이 되었는데, 행동이 거만하고 동료를 대하는 것도 이와 같았으므로, 신이 그제야 비로소 그 사람됨을 알았습니다. 이 같은 일이 드러났으면 마땅히 엄히 징계하여 뒷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승지들이 은근히 대간을 부추기고, 대간이 탄핵하여 안팎으로 서로 호응하면, 나라 일이 장차 날로 그릇될 것이니, 이러한 풍습을 되풀이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일은 탄로 나기가 어려운데 지금 드러났으니, 장차 엄하게 징계하겠다.”

 

 임광재가 아버지를 위로하러 옥으로 찾아왔다. 임사홍은 옥중에서 써두었던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주면서 임금을 직접 찾아가서 글을 올리고 아비의 일을 탄원하라고 당부했다. 임광재가 임사홍이 옥중에서 올린 글을 가지고 알현하려고 청하였다. 

 승지가 입시하여 임금에게 아뢰었다. 

 “의빈(儀賓) 임광재가 임사홍의 글을 가지고 알현을 요청하였습니다.”

 의빈은 공주에게 장가든 부마(駙馬)를 말했다. 

 "이미 임사홍의 일을 알았는데, 비록 그 글을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성종은 임광재의 청을 물리쳤다.

 

 경연에서 송나라 신종과 왕안석의 이야기에 이르러, 좌승지가 김언신의 상소에 대해 말했다.   

 "김언신이 현석규의 일로 인하여 주상을 당나라의 덕종과 송나라의 신종에게 비유하므로, 신은 듣고 노하여서 머리털이 꼿꼿이 섰었는데 주상께서 광망하고 지나친 언사를 용서하여 견책하지 않으셨으니 주상의 도량이 넓고 크십니다.” 

 임금이 한 숨을 내쉬고 말했다

 "현석규가 만약 소인이라면 김언신이 말한 것이 옳겠지만 소인이 아닌데도 이같이 말하였다. 만약에 구별하여 알아내지 않았으면 현석규가 반드시 큰 죄를 받았을 것이다.”

 

 임금이 탄식하며 말하자, 좌우의 신하들이 일제히 아뢰었다. 

 “전하와 사직의 홍복이십니다.”

 “김언신이 대간으로 극진히 말할 때 과인은 절개가 곧은 선비라고 생각하였는데, 어찌 그 붕당을 위해서 말한 것인 줄 알았겠는가? 대간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으나, 대간의 말을 어찌 다 믿을 수 있겠는가? 대저 사람 쓰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의 말에 좌우의 경연관이 아뢰었다. 

 "대간이 말할 적에는 헤아려서 진언하는 것입니다. 어찌 한두 사람의 일로 인하여 대간의 말을 듣지 않겠습니까?”

 성종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양관의 상소를 보고도 임사홍이 진짜 소인인 줄 알지 못하였는데, 실정을 알고 보니 소인의 행동이 누가 임사홍보다 더하겠는가?”

 

 성종은 좌우를 보고 말했다. 

 "경들은 유자광과 김언신이 옥중에서 올린 글을 보았는가? 유자광과 김언신이 모두 임사홍의 음험한 사주를 듣지 아니하였다고 하나 이는 틀림없이 속이는 것이다. 몰래 사주한 일을 임사홍이 이미 승복하였는데, 오직 유자광과 김언신만 불복하니, 이제 다시 물어서 승복하지 아니하면 형신(刑訊, 매를 때리며 심문)할 수밖에 없다.”

 

 우부승지 이경동은 의금부에 내려가 유자광을 설득하였다. 

 “전하께서 형신하여 자백을 받아내라고 하였으니 전하께 올린 글도 소용이 없는 듯하오. 이제 그만 자백하시오.”

 “서로 함께  의논하지 아니하였는데도 같이 의논하였다고 하면, 전하의 밝으심을 속이는 것이오.”

 “임사홍이 이미 영공과 김언신에게 몰래 사주하였다고 자복하였는데 설사 영공이 아니라고 해도 누가 믿겠소. 그냥 자복하고 용서를 비는 게 좋을 것이요. 영공은 공신이므로 죄를 받지 않을 터이니 차라리 전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유자광은 임사홍이 자복했다는 말을 듣고 맥이 풀렸다.

 “임사홍이 자복했다면 내가 현석규의 일에 분노하는 것을 보고 그가 몰래 충동질을 한 것이오. 나는 그 죄를 달게 받겠으나, 현석규의 음험한 것도 아뢰야만 하오. 현석규의 사위 이세광이 숙직하는 날 밤에 사간원 앞의 민가에서 불이 났는데도 구하지를 못하였으니 마땅히 허물해야 할 것인데 현석규는 이세광을 비호하고 그 허물을 다른 관원에게 옮겼소. 이것 또한 현석규의 음험한 한 증거요.”

 

 우부승지 이경동이 의금부 옥에 갇힌 김언신과 유자광을 찾은 결과를 임금에게 아뢰었다.

 "유자광은 임사홍이 사주한 뜻을 받고 김언신과 결탁하여 상소한 것을 자복하였습니다. 현석규가 사위의 잘못을 비호한 것을 들어 그가 음험함을 전하께서 아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성종은 유자광의 말에 싸늘하게 답했다. 

 "이 말은 들을 것이 못된다. 유자광이 현석규를 미워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허물을 대는 것이다. 김언신은 자복하였는가?”

 “오직 김언신만이 아직 불복하고 있습니다.”

 "소인은 조정에 있을 수 없다. 형신(刑訊)하여 실정을 알아내는 것이 가하다.”

 

 이경동은 임금에게 쪽지를 보이며 아뢰었다. 

 "어떤 사람이 신에게 작은 쪽지를 주기에 떼어 보니, 바로 임사홍이 옥중에서 지은 시였습니다.”

 "그 시에 무엇이라고 했는가?”

 이경동은 쪽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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