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경 하고 가~~~

[포토 다큐] 유기견 무료 분양하는 경기도 화성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가다

by 까망잉크 2023. 3. 14.

[포토 다큐] 유기견 무료 분양하는 경기도 화성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가다

      입력 :2015-08-02 17:40ㅣ 수정 : 2015-08-03 02:30    

나 좀 데려가 줘요~왈왈

조용하던 사육실이 개 짖는 소리로 가득 찬다. 누가 왔는지 혹여 자신을 데려갈 사람인지 깡충깡충 뛰어 얼굴을 내미는 꼴이 칸막이를 넘어설 것만 같다. 유기견 입양을 원하는 한 부부가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찾아 사육실을 꼼꼼히 둘러보기 시작하자 개들은 눈길을, 손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아보려 안달이다. 이 개들도 한때는 한 가족의 사랑을 받았었다.
▲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 사육실에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들어오자 보호 중인 유기견들이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유기견들은 하염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보호 중인 한 유기견이 유기견 입양희망자를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유기견을 도민에게 무상 분양하고 있다. 다른 유기견보호센터와 달리 수의사와 훈련사가 직접 도내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0일간 보호기간이 끝난 유기견 중 ‘자질’ 있는 유기견을 선발해 온다. 이렇게 선발된 개들은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본 복종훈련, 배변훈련을 받는다. 센터는 유기견에게 종합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은 물론 동물등록내장형 마이크로칩(등록동물의 정보가 담긴 칩)도 무료로 시술해 준다. 지난해 7월에는 지방자치단체 유일의 보건복지부 장애인보조견 전문 훈련기관으로 지정됐다. 소리에 예민하다거나 물건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등 여러 평가를 거친 유기견들은 청각장애인 보조견과 지체장애인 보조견, 동물매개치료견으로 훈련받는다.
▲ 장애인 보조견 훈련사 송민수(31)씨가 청각장애인 보조훈련견 가을(2)이에게 주인에게 리모컨을 가져다 주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
▲ 훈련사 경지윤(21)씨가 매개치료훈련견 망고(3)와 복종 훈련을 하고 있다. 센터 초창기 멤버인 경씨는 “유기견들이 사람에게 버림받았으면서 다시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한다.


경기도 오산시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인 1급 김용재(64)씨는 TV광고를 통해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알게 돼 지난 3월부터 갈색 푸들인 모카(2)와 함께하고 있다. 몸이 아프기 전에 진도개협회총무를 맡을 만큼 개를 좋아했던 김씨는 모카를 통해 새로운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김씨지만 하루에 두 번씩은 꼭 전동휠체어를 타고 모카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힘차게 달리는 모카를 따라 움직이면 기분도 한결 좋아지고 강아지가 예쁘다고 다가오는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씨는 “10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반려견의 의미가 더욱 절실해졌다”며 “매일매일 소통하고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 김옥란(84) 할머니가 반려견 주리(2)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지체장애인 1급 김용재(64)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반려견 모카(2)와 집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김옥란(84) 할머니는 함께 살던 손녀딸이 외국으로 유학간 뒤 몰티즈 종인 주리(2)를 입양했다. 주리가 오기 전엔 텅 빈 집에서 홀로 TV를 보는 것이 김 할머니의 유일한 낙이었다. “주리가 온 뒤부터 하루하루가 심심하지 않다”며 할머니는 말하는 내내 주리를 끌어안았다. 주리를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주변에서 작고 예쁜 강아지를 사지 않고 왜 유기견을 입양했냐며 한마디씩 하곤 했지만 주리가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아 지금은 모든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리를 만나 큰 행복을 얻은 할머니는 조만간 유기견 한 마리를 더 입양할 생각이다.

한해 경기도에서만 약 15000여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고 그중 절반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된다. 특히 여름 휴가철인 7~8월에는 유기동물 발생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올 여름은 버려지는 동물들, 그리고 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

박윤슬 기자 @seoul.co.kr

서울신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