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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69/70

by 까망잉크 2023. 6. 13.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69) 금상첨화(錦上添花)

입력 2021. 01. 31 17: 34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일이라는 것이 특히 전쟁이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기본이요. 그 전략을 실행할 수준 높은 훌륭한 인재가 있어야 했다. 적확한 상황판단과 그것을 이겨 낼 치밀한 전략 그리고 실행해낼 능력 있는 인물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들어맞아야 지략은 비로소 성공하는 것이었다.

상황판단과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잘 소화해 실행해낼 인재가 없다면 그것은 결국 실패할 것이었다. 국가나 사회, 회사나 가정경영을 비롯한 세상사가 모두 다 이와 같았다. 인재를 발탁할 때 욕심 많고 어리석고 자기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자는 재주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절대로 쓰면 아니 되었다.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용기가 출중하고 뛰어난 실행력을 가졌다할지라도 욕심 많고 간사하고 음흉한 자는 절대로 써서는 아니 되었다. 그자는 언젠가는 제 욕심에 눈이 멀어 반드시 배신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의 조조와 사마중달이 이에 해당될 것이었다. 다만 일을 성공한 연후 적당한 시기에 그를 제거해버릴 능력이 있다면 써도 좋았겠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재주는 좋으나 상황판단이 흐린 자는 쓰면 아니 되는 것이었다. 초한지의 한신이나 삼국지연의의 원소와 관우와 마속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지혜는 없고 용기 즉 무력만 있는 무식한 자는 절대로 기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 초한지의 항우 그리고 삼국지연의의 장비나 여포쯤이 이에 해당 될 것이다. 재주도 있고 용기도 있고 또한 인성 훈련이 잘된 인간미까지 곁들인 존재라면 그 얼마나 금상첨화(錦上添花)이겠는가! 그러나 세상에는 그러한 인재는 언제나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발탁해 쓸 지도력 있는 뛰어난 자가 윗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천하가 늘 요지경이 아니겠는가!

여기나 저기나 아부와 뇌물과 연줄과 혈연과 학연과 지연의 배경을 통한 욕심 많고 힘센 순으로 차례차례 자리를 거래해 앉았으니 세상사가 늘 힘들고 어지러운 것이지 않겠는가! 아마도 공자(孔子)가 숭앙해마지 않았던 주공쯤 되어야 현인(賢人)을 알아볼 줄 알고 천하대사 인륜을 바로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주공은 현인이 찾아오면 머리 감기를 중단하고, 입안에 씹고 있던 음식을 뱉어내고 달려 나가 맞이했다. 인재를 알아보고 맞이하는데 있어서 예를 다하고 오만한 행동을 삼갈 줄 알았던 고매한 인품을 가진 연후에야 그 인재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고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여 쓴 후에야 비로소 세상을 평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권력 쟁탈과 지위 다툼, 밥자리 경쟁에 휘돌아가는 바람 잘날 없는 세상사 시류의 혼탁 속에서 정씨부인은 한평생 색(色)에만 미쳐 빠진 남편 홍수개를 새사람으로 거듭나게 하고 가정을 평안히 지키기 위하여 혜안을 통한 지략을 실행에 옮겨 모두를 구할 비책을 써야만했다. 정씨부인에게 홍수개는 미워도 버릴 수 없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0) 활인도(活人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살인도(殺人刀)를 휘둘러 범죄인을 단칼에 척결할 일이라면 아주 쉬운 일이겠지만 가족이고 이웃이기에 다 같이 서로 살아야할 활인도(活人刀)를 써야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이었다. 정씨부인은 미워도 홍수개는 남편이었기에 그 방법을 신중히 고민할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정씨부인이 옹기장수 아내만을 구할 양이면 오늘밤 그 방을 텅 비워 놓고 다른 집으로 멀리 피해 가서 잠을 자게하고 회피시키면 그만이었지만 이차지에 남편 홍수개의 흉악한 버릇을 고쳐 새사람을 만들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최고의 상책(上策)을 궁리하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이다. 최고의 상책이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모두를 살려내는 인간을 위한인간적인 방법인 것이었다. 그러나 천하에 그런 방법은 없는 것이었다.

석양 무렵 홍수개는 오두막집에서 기거를 하는, 제사에 쓸 각종 나물을 부엌에서 무치고 있는 할머니를 마당가로 불렀다. 홍수개가 그 할머니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부엌으로 들어온 할머니를 정씨부인이 구석으로 따로 불렀다,

“이 보시게 할멈! 지금 주인대감이 뭐라고 하시던가?”

정씨부인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아이구 마님! 주인대감께서 오늘밤은 제사가 시작되기 전에 음식을 싸가지고 마을에 나가 할멈들과 놀면서 먹고 자고 오라고 그렇게 이르시네요. 그래서 제가 일이 많은데 그리해도 되냐고 그러니 집안일은 걱정하지마라고 그러시네요. 일이 많은데 그리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마님?”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걱정이 되는 듯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이르시던가?”

“예에! 꼭 그리하라 하시네요.”

홍수개는 그 오두막집 방에 옹기장수 아내만 홀로 남아 자도록 재빠르게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물론 정씨부인의 세심한 관찰의 눈빛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할머니에게 혹여 이를 누가 묻거들랑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홍수개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홍수개는 가정에서 일방통행이었던 것이다.

“으음! 그래, 그렇다면 그리하시게! 무슨 수로 주인대감의 말씀을 어기겠는가!”

정씨부인이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아이구 마님!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내가 음식을 많이 줄 테니 싸가지고 가서 친하게 지내는 마을 할멈들과 나눠먹고 잘 자고 오시게”

정씨부인이 말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마님!”

할머니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로서 정씨부인은 남편 홍수개의 간악한 흉계를 최종 확인하게 된 셈이 되었다. 정씨부인은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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