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부재에 대하여

 

 

 

[시로 여는 수요일] 부재에 대하여

입력2023.06.20. 오후 2:06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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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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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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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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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꺼내 국 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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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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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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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우환과 상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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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식욕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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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고는 한동안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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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전화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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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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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못한, 살가운 말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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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데쳐낸 근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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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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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이 나온다지만 생각보다 혀는 보수적이다. 맛난 것 먹을 땐 잘도 늘어나지만, 어려운 말 할 땐 돌처럼 굳는다. 데친 근대 대신 물에 담근 콩나물처럼 머리를 곧추세운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도 모를 리 없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 갓 프린트한 이 시를 슬쩍 식탁에 올려놓기만 해도 될 것이다. 부재로 존재를 깨닫기는 쉽지만, 존재로 부재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말했다. ‘있을 때 잘 해!’

 

​[서울경제]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