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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

선조의 뜻 어린 최고의 상수리나무

by 까망잉크 2023. 6. 21.

선조의 뜻 어린 최고의 상수리나무

 
입력 : 2023.06.20 03:00 수정 : 2023.06.20 03:02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참나뭇과 가운데 그 열매인 도토리의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게 상수리나무다. 상수리나무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뭇과에 속하는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오래된 큰 나무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23년 현재 산림청 지정 보호수 약 1만2000건 가운데 상수리나무는 80건이 채 안 되고,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한 문화재급의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참나뭇과의 나무를 땔감으로 베어내 쓰도록 권장한 조선시대의 소나무 보호정책에 따른 결과다.

규모는 물론이고 인문학적 가치에서도 돋보이는 상수리나무로는 ‘충주 덕련리 상수리나무’(사진)가 있다. 나무 나이 300년, 높이 23m, 줄기 둘레 2.7m의 이 나무는 규모만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나무를 심은 사람과 유래가 정확히 알려졌으며, 그 뜻을 후손들이 지켜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충주 덕련리 상수리나무’는 이 마을 출신의 선비, 이교면(李敎勉)의 아버지가 첫돌을 맞이한 1737년 2월5일에 심어졌다. 조선 철종 때 문신으로 활동한 이교면은 품행이 단정하며 효성이 지극한 학자로 알려졌지만, 관련 기록은 많지 않다.


  • 마을 사람들은 나무 주변에 단을 쌓고 정갈하게 정돈하여 나무의 생육을 지켰으며, 그 곁에 작은 터를 닦아 ‘이교면 공덕비’를 세웠다. 또 이 자리가 이교면이 서당을 세워 후학을 양성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기리기 위해 1924년 그의 제자 정재호 등 30여명이 ‘삼연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까지 지어 올렸다. 이곳이 마을 사람들이 이교면을 비롯한 선조의 업적을 기리는 제를 올리는 자리다.

먹을거리로서 우리 민족의 살림살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온 친근한 나무라는 점에서, 상수리나무를 대표할 만한 크고 아름다운 충주 덕련리 상수리나무는 앞으로도 오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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