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추석을 기다리던 마음은 어디로 갔나?
옛 추석 풍경을 보며 든 생각들
입력 2024.09.14. 07:10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추석이면 풍성한 곡식과 과일, 밤하늘의 보름달, 송편과 토란국, 성묘와 벌초 그리고 힘든 귀성과 귀경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런 추석의 풍경들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고향을 가거나 가족들을 만나는 대신 해외여행 예약 사이트부터 뒤지거나 추석 선물은 택배로 미리 보냈다며 집에서 조용히 쉬는 사람들도 많다.

귀성길은 전쟁이었다. 추석을 하루 앞둔 1987년 10월 6일 서울역 앞에는 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선 귀성객들이 밤새 기다려야 했다/ 조선일보DB
또 늦여름과 가을의 경계를 분명히 가르던 선선한 날씨가 추석 연휴에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낮 기온이 여전히 여름이다. 멀리 사는 가족들도 이젠 소통 도구들이 많아서 인지, 대면 상봉에 대한 기대도 크게 사라졌다. 오히려 만나면 무슨 질문을 할지 두려워한다. 한복은 서울의 고궁에서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자주 입고, 송편은 떡집에서 사 먹은 지 오래다.

1998년 10월 3일 서울에 사는 자식들과 추석을 같이 지내기 위해 상경한 부모들이 꾸러미를 들고 마중 나온 자녀들과 서울역을 나오고 있다./ 이덕훈 기자
과거엔 어땠을지 과거 추석을 전후로 촬영된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온라인으로 기차나 고속버스 예약이 없던 시절엔 직접 밤을 새워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고속도로엔 한꺼번에 몰려든 귀성 차량들로 차도가 주차장처럼 들어찬 적도 많았다. 이런 불편함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1996년 9울 29일 추석을 앞두고 귀성하던 가족들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휴게소 주차장에서 김밥 과 떡볶이를 먹고 있다./ 조선일보 DB

고향 가는 길은 멀고도 힘들었다. 지난 1997년 9월 27일 추석 귀성객들이 서울 궁내동톨게이트 앞에서 차량 정체가 길어지자 차에서 나와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다./ 전기병 기자

귀경길도 전쟁이었다. 2007년 9월 26일 충북 청원 휴게소에서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조선일보DB
지난 2000년 9월 4일에는 추석을 앞두고 “소비를 자제해서 농어촌 파산을 막자”는 과소비 추방캠페인이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열리기도 했다. 최근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판매를 확대한 것을 보면 과거엔 크게 달랐던 것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이런 옛날 사진을 본다면 커다란 세월의 차이를 느낄 것이다.

지난 2000년 9월 4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과소비추방캠페인에서 검소한 추석을 맞이하자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일보DB

추석을 하루 앞둔 1998년 10월 2일 서울 강동구청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근무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1996년 9월 27일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에서 북한무장공비 수색을 하던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가운데 가족들이 추석을 맞아 성묘하고 있다. 당시 강원도 북한무장공비 사건은 최초에 택시 기사의 신고로 북한 잠수함이 9월 18일 발견되면서 11월 5일까지 이어졌다. / 조선일보 DB

추석을 앞두고 지난 2003년 10월 3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중국 동포 추석 대잔치에서 초대가수의 노래에 참석자들이 일어나서 어깨 춤을 추고 있다./ 조인원 기자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풍경이 있다면 자식들의 얼굴을 반갑게 맞는 어머니의 미소일 것이다. 한가위 밤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처럼.

언제든 자식들을 맞는 어머니의 얼굴은 환하다. 추석을 앞둔 2003년 9월 7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한 한 어머니가 가족과 만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런 저런사진·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 광고??? (0) | 2024.09.18 |
---|---|
‘한가위만 같아라’…광안리 밤바다 수놓는 드론 라이트쇼 (0) | 2024.09.16 |
신속한 써빙 (0) | 2024.08.30 |
그래도 가을은 온다 (0) | 2024.08.29 |
그때 그 시절 (0) | 2024.08.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