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19-20세기) 채용신의 작품 <화조6폭병풍(花鳥六幅屛風)>은 상공에 여러마리의 기러기가 날고 있고 돌과 여러가지 종류의 꽃이 피어있는 물가에는 날개 사이로 부리를 넣어 깃털을 정리하는 기러기, 붉은 열매쪽에 부리를 가까이하고 있는 기러기, 고개를 쳐들어 상공에서 내려 앉으려는 기러기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기러기가 있다. 화폭 상단에 상공을 날고있는 기러기들은 크기의 변화로 원근감을 나타내고 있다. 화폭 가장 아래쪽의 기러기는 열매쪽을 향해 고개를 수그린 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돈된 필치와 채색으로 섬세함과 깔끔함이 느껴진다. 현재 순천대학교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기러기에 대한 속담
기러기 불렀다:사람이 멀리 도망했음을 뜻하는 말. 기러기는 백 년의 수(壽)를 갖는다:천한 새도 그만큼 오래 사는 것이니, 천히 알고 함부로 굴지 말라는 말.
쇠기러기는 몸길이 72㎝로 회갈색의 깃털로 덮여 있고, 큰기러기는 몸길이 85㎝에 흑갈색의 깃털로 덮여 있다. 쇠기러기는 특히 복부에 불규칙적인 가로줄무늬가 있으나 어릴 때는 없으며, 부리 기부(基部) 주위의 흰색 테도 어린 새는 없다. 이들 두 종의 새는 10월하순경에 우리 나라에 날아오기 시작하여 논·밭·저수지·해안과 습초지 또는 해안 갯벌 등지에 내려앉으며, 하천가와 하천의 섬에서도 눈에 띈다. 주로 초식을 하는 새로서 벼·보리와 밀, 기타 연한 풀과 풀씨를 먹는다.
상징 기러기는 가을에 오고 봄에 돌아가는 철새로서 가을을 알리는 새인 동시에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서 인식되었다.
고전소설 〈적성의전〉에서 성의(成義)는 기러기 편에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다시 소식을 전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춘향전〉의 이별요(離別謠) 중에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한양성내 가거들랑 도령님께 이내소식 전해주오.”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달거리〉라는 단가(短歌)에서도 “청천에 울고가는 저 홍안 행여 소식 바랐더니 창망한 구름 밖에 처량한 빈 댓소리뿐이로다.”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기러기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퍼서 가을이라는 계절의 풍광과 어울려 처량한 정서를 나타내 주는 새이며, 사람이 왕래하기 어려운 곳에 소식을 전하여 주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기러기를 ‘신조(信鳥)’라고도 한다. 한편,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홀아비나 홀어미의 외로운 신세를 “짝 잃은 기러기 같다.”고 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 ‘외기러기 짝사랑’이라는 속담도 있다.
혼례식에서 목안(木雁)을 전하는 습속은 이러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랑은 신부집에 이르러 혼례의 첫 의식으로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신부집에 전한다. 그래서 혼인예식을 일명 ‘전안례(奠雁禮)’라고도 한다. 또한 남의 형제를 ‘안행(雁行)’이라고 하는데, 기러기가 의좋게 나란히 날아다니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규합총서≫에서도 기러기를 평하여 “추우면 북으로부터 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남형양에 그치고 더우면 남으로부터 북안문(北雁門)에 돌아가니 신(信)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禮)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節)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하나가 순경하고 낮이 되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실을 매어서 쏘는 화살)을 피하니 지혜가 있기 때문에 예폐(禮幣: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하는 데 쓴다.”고 하였다.
이처럼 기러기는 가을을 알리는 새로서,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서, 또한 정의가 두텁고 사랑이 지극한 새로서 우리에게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참고:엠파스,다움,문화원형.백과사전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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