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력 첫 날
/김남조
깨끗하구나
얼려서 소독하는
겨울산천,
너무 크고 추웠던
어릴 적 예배당같은 세상에
새 달력 첫날
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
겨울음악 울리느니
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
겨울 나룻배와
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
겨울 등반대의
그 노래이리라
추운 날씨
모든 날에
추운 날씨 한 평생에도
꿈꾸며 길가는 사람
나는 되고 니노니 불빛 있는 인가와
그곳에서 만날 친구들을
꿈꾸며 걷는 이
나는 되고 지노니
새 달력 첫 날
이것 아니고는 살아 못낼
사랑과 인내
먼 소망과
인동의 서원을
시린 두 손으로
이날에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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